선림고경총서/인천보감人天寶鑑
23. 대중공사를 통해 살림의 법도를 정하다 / 부용 도해(芙蓉道楷)선사
쪽빛마루
2015. 7. 20. 07:54
23. 대중공사를 통해 살림의 법도를 정하다 / 부용 도해(芙蓉道楷)선사
부용 도해(芙蓉道楷 : 1042~1118, 조동종 投子義淸의 법을 이음)선사가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내 이렇다 하게 수행한 바가 없는데 과분하게도 산문을 주관하게 되었으니, 이제 옛분들이 주지하시던 법도를 비슷하게나마 본받아 보답하고자 한다. 우선 다음의 일을 여러분과 의논해서 결정하고자 한다.
이제부터는 산을 내려가지 않고, 신도들이 베푸는 공양에 가지 않을 것이며, 화주(化主)를 보내지도 않을 것이다. 오직 절에서 1년 동안 수확하여 거둔 것을 360등분하여 하루에 하루분만을 사용할 것이며, 사람 수에 따라 늘이거나 줄여서는 안 된다. 밥을 먹을 만하면 밥을 짓고, 밥을 짓기에 부족하면 죽을 쑤고, 죽을 쑤기도 부족하면 미음을 끓일 것이다. 새로 오는 사람과 상견례를 할 때에도 차 끓이는 것으로 족하다. 다른 일은 애써 줄이고 오직 도를 결판하는 데에만 마음을 기울일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일은 여러분 중에 나이 많은 이를 존중해서 다시 의논하도록 할 것이며, 이것 역시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들이여, 옛사람의 게송을 들어보았는가."
거친 산전(山田)의 좁쌀밥과
채소 시래기 반찬을
먹겠다면 나도 따라 먹겠으나
안 먹겠다면 마음대로 하여라.
山田脫粟飯 野菜淡黃齏
喫則從君喫 不喫任東西 「어록(語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