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인천보감人天寶鑑

29. 조산(曹山)의 가풍 / 조산 탐장(曹山眈章)선사

쪽빛마루 2015. 7. 20. 07:59

29. 조산(曹山)의 가풍 / 조산 탐장(曹山眈章)선사


조산 탐장(曹山耽章 : 840~901)선사는 천주(泉州)사람인데, 동산 양개(洞山良介)선사에게서 비밀스런 종지를 받았다. 청을 받고 무주(撫州) 조산(曹山)에 처음 머물게 되었는데, 도가 널리 퍼져 납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이 나라에서 칼 만지는 이가 누구입니까?"

 "나 조산이다."

 "누구를 죽이시렵니까?"

 "닥치는 대로 다 죽인다."

 "홀연히 낳아주신 부모를 만나면 어찌하시렵니까?"

 "무엇을 가리겠는가?"

 "자기 자신은 어찌하시겠습니까?"

 "누가 나를 어떻게 하겠는가?"

 "어째서 죽이지 않습니까?"

 "손 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또 지의 도자(紙衣道者)라는 사람이 동산(洞山)에서 찾아왔는데 스님이 물었다.

 "지의(紙衣) 안에 있는 일은 어떤 것인가?"

 "한 조각 가죽을 겨우 몸에 걸쳤으나 만사가 다 그럴 뿐이요."

 "그 지의 속에서는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가?"

 지의 도자는 가까이 다가서더니 옷을 벗어 던지고 차수(叉手)한 채 떠났다. 그러자 스님은 웃으면서 "그대는 이렇게 갈 줄만 알았지 이렇게 올 줄은 모르는구나" 하였다. 그러자 그가 갑자기 눈을 뜨고 말하였다.

 "신령스러운 진성(眞性)이 여자의 뱃속을 빌리지 않고 태어난다면 어떻소?"

 "아직 묘하다고는 할 수 없다."

 "어떤 것이 묘한 것이요?"

 "빌리지 않으면서 빌리는 것이다[不借借]."*

 그러자 그는 법당에 내려와 죽었다.

 당시 홍주(洪州)의 종씨(鍾氏)가 여러 차례 청하였으나 가지 않고 단지 대매 법상(大梅法常) 선사의 산거시(山居詩) 한 수로 답을 보냈다.

 천복 신유(天復辛酉 : 901)년 6월 여름밤에 소임자에게 오늘이 몇일이냐고 물어 그가 유월 보름이라고 대답하자 스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평생 행각에서 반드시 90일로 한 철을 났으니 내일 진시(辰時)에 행각길에 나서련다."

 그러고는 때가 되자 향을 사르고 입적하였다. 「승보전(僧寶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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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차차(不借借) : 굉지정각(宏智正覺)이 동산(洞山) 오위설(五位說)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사차차(四借借) 중 세번째, 네번째 '차(借)'는 공(功 : 修, 事)과 위(位 : 證,理)를 빌어 법상(法相)을 설명한다는 뜻.

1. 차공명위(借功明位) 2. 차위명공(借位明功) 3. 차차부차차(借借不借借) 4. 전초부차차(全超不借借).

부차차(不借借)는 양쪽을 모두 잊은 제일의제(第一義諦제)를 뜻하며 동산오위(洞山五位) 중 '겸지(兼至)' '겸도(兼到)'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