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소동파의 옥대 / 요원(了元)선사
32. 소동파의 옥대 / 요원(了元)선사
소동파(蘇東坡 : 1036~1101)가 말하였다.
"어머니께서 나를 가졌을 때 꿈에 비쩍 마른 애꾸스님 한 분이 문 앞에 오셨다는데, 열살 남짓 되어서는 내 꿈에 자주 보였다. 그러니 나는 전생에 스님이었던가 보다. 또 내 아우 자유(子由)가 진정 극문(眞淨克文), 수성 상총(壽聖常總)스님과 함께 고안(高安)에 있을 때 그들이 사계(師戒)스님 만난 꿈 이야기를 똑같이 했으니 아우가 사계스님의 후신(後身)임에 틀림없다."
소동파는 진정스님에게 편지를 보내, "전생에 이미 법을 만난 듯하니 바라옵건대 더욱 채찍질하여 자신의 옛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하였다.
그가 금산사(金山寺)에 갔을 때 마침 방에 들어가는 불인(佛印了元 : 1032~1098) 스님과 마주쳤는데 불인스님이 말하였다.
"여기에는 단명전학사(端明殿學士 : 소동파의 직명)께서 앉을 자리가 없소."
"스님 몸[四大]을 빌려서 선상(禪床)을 만들지요."
"내가 한마디 물을테니 대답을 하면 내 몸을 선상으로 쓰되, 대답을 못하면 옥대(玉帶)를 끌러놓고 가시오."
소동파가 옥대를 책상에 풀어놓으면서 물어보라 하니 스님께서 물었다.
"내 몸[四大]은 본시 공(空)하고 5음(五陰)도 있는 것이 아닌데 그대는 어디에 앉
겠다는 것이오?"
소동파가 대답을 못하자 스님은 시자를 불러 옥대를 산문의 가보로 길이 간직하게 하고 대신 중 바지 하나를 내 주었다. 이에 소동파는 절구(絶句) 두 수를 읊었다.
병든 몸은 허리의 옥대를 감당키 어려웠고
둔한 근기는 날랜 기봉에 나가 떨어졌다네
마침 가비원(歌婢院)에 걸식할 판에*
구름 덮인 산에서 승복과 바꿔 입었네.
病骨難堪玉帶圍 鈍根仍落箭鋒機
會當乞食歌婢院 換得雲山舊納衣
객사에 사람 들르듯 많은 사람 거쳐온 이 옥대가
흘러 흘러 나까지 온 지도
벌써 오랜 세월이로다
비단 도포를 잘못 떨어뜨려
딴 것과 혼동하여
거짓 미치광이 만회(萬回)에게 빌어다 주었네.*
此帶閱人如傳舍 流傳到我赤悠哉
錦袍錯落渾相稱 乞與徉狂老萬回 「주파시(注坡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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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라 상국 배휴(輩休)가 중 바지를 입고 아가씨 방을 찾아가 걸식한 일이 있다.
* 당의 측천무후(則天武后)가 비단도포와 옥대를 만회(萬回)스님에게 주었다는 고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