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먹고 쉴틈도 없이 화두를 들다 / 분암주(分庵主)
81. 먹고 쉴틈도 없이 화두를 들다 / 분암주(分庵主)
분암주(分庵主)는 어찌나 열심히 도를 닦았던지 밥먹고 쉬고 할 틈도 없었다.
하루는 돌난간에 기대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는 화두를 들고 있었는데, 비가 오는 줄도 모르고서 한참 후에 옷이 젖자 비가 온 줄을 알았다.
그후 강가를 걸어 가다가 "시랑(侍郞) 행차시오!" 하는 계사(階司)*의 고함 소리를 듣고서 홀연히 깨닫고는 게송을 지었다.
몇해나 그 일이 가슴에 걸렸던가
사방에 다 물어도 눈을 못떴네
이때 간이고 담이고 다 찢어지는데
강가에서 시랑 행차시오 하는 한마디를 들었네.
幾年箇事挂胷懷 問盡諸方眼不開
肝膽此時俱裂破 一聲江上侍郞來
이때부터 처소에 매이지 않고, 검문산(劍門山)에 암자를 짓고 살았는데, 그 교화가 영(嶺) 밖에까지 미쳤다. 게송을 지을 때는 붓이 달리듯 하였는데, 자신의 초상화에 스스로 글[題]을 달았다.
모습은 비구지만 말씨는 고약해
어리석고 취한 듯 하나 성격만은 호탕하다
바람 불 때도 욕하고 비가 올 때도 욕하지만
자비로 치면 성인인지 범부인지 더듬기 어렵도다
매일 다리[橋] 가엔 똑같은 사람인데
세상에 왕랑, 백락* 같은 사람 없어서
일생을 헛 보내고 말았구나.
面目兜搜 語言薄惡
癡癡酣酣 磊磊落落
罵風罵雨當慈悲
是聖是凡難摸索
每日橋頭橋尾等箇人
世無王良伯樂 一生空過却 「은산(隱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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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사(階司) : 고관들의 행차에 길을 인도하는 하급관리.
* 왕량(王良) 백락(伯樂) : 옛날에 명마를 잘 알아보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