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49일 동안 서서 공부하다 / 불등 수순(佛燈守珣)선사
83. 49일 동안 서서 공부하다 / 불등 수순(佛燈守珣)선사
불등 수순(佛燈守珣)선사는 삽천(霅川)사람인데 오랫동안 불감 혜근(佛鑑慧勤)선사에게 귀의해서 공부하였다. 대중에 섞여 살며 법을 묻곤 하였는데, 까마득하여 아무것도 깨달은 바가 없자 갑자기 탄식하며 말하였다. "내가 이 생에서 철저하게 깨닫지 못한다면 맹세코 이불을 펴지 않겠다." 이에 49일 동안을 노주(露柱)에 기댄 채 맨땅 위에 서 있었는데, 마치 부모 상을 당한 사람 같았다.
한 번은 불감선사가 상당하여 "삼라만상이 모두 한 법에서 도장 찍히듯 나온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순선사는 그 말 끝에 단박 깨달았다. 그리하여 불감선사를 찾아가 만나니 불감선사가 말하기를 "아깝다! 한 알의 밝은 구슬을 이 지랄병 든 놈이 주웠구나"라고 하였다.
원오 극근(圓悟克勤)선사는 이 이야기를 듣고는 그가 아직 그런 경지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의심하였다. 그리하여 "내가 꼭 시험해 봐야겠다" 하고는 사람을 시켜 그를 불렀다. 한번은 같이 산에 갔다가 깊은 못에까지 오게 되었는데 원오선사가 순선사를 물 속에 떠밀어넣고는 대뜸 물었다.
"우두(牛頭法融)스님이 4조(四祖道信)를 만나지 않았을 때는 어땠는가?"
순선사가 허우적대면서 말하였다.
"못이 깊으니 고기가 모입니다."
"만난 뒤에는 어땠는가?"
"나무가 높으니 바람을 부릅니다."
"만나지 않았을 때와 만난 뒤에는 어떤가?"
"다리를 뻗는 것은 다리를 오므리는 가운데 있습니다."
이에 원오선사가 매우 칭찬하였다. 「주봉어록등(舟峰語錄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