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유교의 장부, 불교의 장부 / 목암 유붕(牧庵有朋)법사
90. 유교의 장부, 불교의 장부 / 목암 유붕(牧庵有朋)법사
목암 유붕(牧庵有朋)법사는 무주(婺州) 금화(金華) 사람이다. 거계 경(車溪擇卿 : ?~1108)법사를 찾아 뵙고 생사대사를 밝힌 뒤, 여러번 큰 절의 주지가 되니 학인들이 뒤질세라 모여들었다. 법사는 강론할 때마다 미리 주석서를 읽어보는 일이 없었고, 시자에게 주제를 뽑으라 하여 선 자리에서 술술술 막힘없이 설명하였다.
한번은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문도들을 지도한 이래 마하지관(摩訶止觀)을 일곱번 논강하였는데, 정작 정수(正修)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입을 열어 한 일이 없다."
또 말하였다.
"나는 대부(大部)의 경론 가운데서 조그만한 문제를 내려할 때도 종이쪽지 만한 정도의 글도 만들 수 없다. 이것을 일러 '문자의 성품을 여읜 그것이 바로 해탈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만년에는 명주(明州) 연경사(延慶寺)에 주지하였다. 하루는 법좌에 올라 '조어장부(調御丈夫)'에 대해 강을 하는데 홀연히 몇 사람의 사대부가 찾아와 법사의 법문을 들었다. 법사가 말하였다.
"유교(儒敎)의 장부를 논할 것 같으면 충신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사는 삶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천하에 큰 일을 이루고 희대의 명성을 얻게 되며 마침내는 명리와 성색에 빠지지 않으니, 이런 사람을 장부라 한다. 그러나 우리 불교(佛敎)에 있어서는 일심3관(一心三觀 : 천태지관의 관법, 空觀 · 假觀 · 中觀)으로 나룻배를 삼고 5회(五悔 : 예불, 참회, 권청, 수희, 회향을 하는 행법)로 노를 삼아 모든 마군을 항복시키고 외도를 누르는 자를 장부라 이름한다."
사대부들은 이 말을 듣고 감탄하며 떠났다. 「행업(行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