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물 한방울 쌀 한톨 안 먹었다 / 옥천 승호(玉泉承皓)선사
6. 물 한방울 쌀 한톨 안 먹었다 / 옥천 승호(玉泉承皓)선사
옥천 호(玉泉承皓 : 운문종)선사는 원풍(1078~1085) 연간에 양양(襄陽) 곡은사(谷隱寺)에 수좌로 있었는데 그의 명성은 제방에 진동하였다. 무진거사 장상영(無盡居士 : 張商英)이 경서남로(京西南路)에 사신으로 명을 받들고 내려갈 때 옥천스님을 찾아 뵙고 물었다.
"스님은 누구에게 법을 얻으셨습니까?"
"복주(復州)의 북탑 광(北塔廣)선사에게서 얻었습니다."
"북탑선사와 계합한 경위를 들려주시겠습니까?"
"그분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말해 줄 수 없습니다."
장상영은 그의 말을 옳다고 여겼다.
영주(郢州) 대양사(大陽寺)에서 개당 법회를 열게 되었을 때 곡은사(谷隱寺)의 주지승은 그의 수좌가 세상에 나가자 승속이 많이 모였다고 기뻐하며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런데 옥천선사는 법좌에 올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곡은사에 10년 동안 있었지만 곡은사의 물 한 방울 쌀 한톨도 먹은 일이 없다. 여러분이 만일 이 사실을 모르겠다면, 대양사로 찾아오라. 내가 말해 주리라."
그리고는 주장자를 들고 법좌를 내려와 거드름을 피우며 떠나가 버렸다. 얼마후 다시 옥천사(玉泉寺)로 옮겨가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하루밤 사이 비가 세차게 쏟아져 포도밭의 받침목이 모두 자빠졌다. 지사(知事)며, 두수(頭首)며 행자가 새벽까지 받침목을 잡고 받치고, 또 잡고 받치고 하였으나 여전히 포도밭은 가련한 모습이로다."
그리고는 혼자말을 하였다.
"이야말로 법신의 향상사[法身向上事]를 노래한 것이다. 저 부대사(傅大士)의 '빈손에 호미자루를잡는다...'라는 송과 동산스님의 '오대산 위에서 구름으로 밥을 짓는다'는 송도 모두 법신을 노래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의 인품이 호방하여 그를 범인이니 성인이니 평하기란 쉽지 않다. 일찍이 독비곤(犢鼻棍 : 쇠코 잠방이)을 만들어 그위에 역대 조사의 이름을 써서 입고 다니면서 말하기를
"그래도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조금 나은 편이다."
하고는 허리띠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이름을 새겼다. 총림에서는 이를 호포곤(皓布棍 : 승호스님의 잠방이)이라 불렀다. 시자승이 그대로 본따서 하자 스님은 이를 보고 꾸짖었다.
"네가 무슨 도리를 갖추었다고 감히 이런 장난을 하느냐? 피를 토하고 죽어도 모자랄 것이다."
그후 그 스님은 녹문산(鹿門山)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그의 말대로 피를 토하고 죽었다.
아! 세상에 같은 것은 도이지만 다른 것은 자취다. 호선사의 법문은 바른 지견을 활짝 열어줄 만한 것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발자취는 상식과 다르므로 헤아릴 수 없는 인물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인물을 옛 선사에서 비해 본다면, 아마 등은 봉(鄧隱峰)선사나 보화(普化)선사에 버금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