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호야록羅湖野錄

8. 고향으로 돌아가 비웃음을 사다 / 선시자(善侍者)

쪽빛마루 2015. 8. 21. 13:05

8. 고향으로 돌아가 비웃음을 사다 / 선시자(善侍者)

 

 복주(福州) 자복사(資福寺)의 선(善)선사는 고전(古田) 사람이다. 속성은 진씨(陳氏)이며 어려서부터 기상이 뛰어났다. 보봉원(寶峰院)에서 삭발한 후 곧 영남으로 나와 석상사(石霜寺) 자명(慈明)선사를 찾아뵙고 시자가 되었는데, 그곳에서 당시 훌륭한 스님[龍象]이었던 취암 진(翠巖可眞) 같은 분이 더욱 그를 높였으므로 천하의 총림에 선시자(善侍者)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자명선사께 하직을 고하고 민(閩)으로 돌아가려 하니 자명선사가 입으로 게송을 읊으며 그를 비웃었다.

 

일곱번을 씻어 지은 쌀밥이
화로에서 꺼내보니 호떡이로세
여기를 떠나간 후에는
우물 속에 떨어진 저울추로다.

七折米飯  出鑪胡餠

自此一別  稱鎚落井

 

 이윽고 세상에 나와 봉림사(鳳林寺)에 머물다가 자복사(資福寺)로 옮겨온 후로는 그저 그럴 뿐, 명성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의 법어도 세상에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편이나 삼현요결(三玄要訣)이라는 게송이 있다.

 

삼현과 삼요, 그리고 삼결을
세상 스님들이 구별하려 한다면
서구야니 땅에선 풀무소리 요란하고
북울단월 사람들은 쇠를 두들긴다

 

마명 · 용수보살이여, 무슨 말을 하려는가
미륵과 금강역사는 혀를 물었고
문수보살은 크게 웃음지니
가섭존자 하고픈 말 하지 못하는구나

 

말하지 못하니
석가부처는 머리털이 새하얗다
머리털 새하야니
1 2 3 4 5 6 7 이구나.

 

三玄三要與三訣  四海禪人若爲別

西瞿耶土競喧鍧  北欝單越人打鐵

 

馬鳴龍樹擬何云  彌勒金剛皆咬舌

文殊大笑阿呵呵  迦葉欲言言不得

 

言不得  釋迦老子頭髮白

頭髮白  一二三四五六七 

 

 또한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세 치 칼날을 무심코 던져보니
서릿발 가득하여 기강이 삼엄하네
대장부의 참다운 의기라면
마음대로 두들기며 풍광을 떨쳐 보아라.

閑拋三寸刄鋒鋩  帀地氷霜定紀網

若是丈夫眞意氣  任君敲磕振風光

 

 두 번째 게송은 다음과 같다.

 

사해에 낚시 드리우니 파도가 삼켜버려
무서운 용의 흔들리는 뿔 만나기 어렵구나
사자후 같은 온전한 의기 앞에
누가 종횡으로 자기를 나타낼 수 있을까.

垂鉤四海浪呑侵  罕遇獰龍動角鱗

獅子嚬呻全意氣  縱橫誰是顯當人

 

 아! 선선사는 황룡 · 양기 · 취암선사 등과 나란하였고 더구나 일찍이 여러 스님들 사이에 말씀이며 풍모가 훌륭하신 분이었는데, 어찌하여 고향으로 돌아가 자명스님의 비웃음이 들어맞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