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호야록羅湖野錄

31. 세 번 도전에서 세 번 낙방하다 / 상방 악(上方岳) 선사

쪽빛마루 2015. 8. 21. 13:17

31. 세 번 도전에서 세 번 낙방하다 / 상방 악(上方岳) 선사

 

 호주(湖州) 상방 악(上方岳)선사가 젊었을 때였다. 설두 현(雪竇重顯)선사와 도반이 되어 희산(淮山)지방을 돌아다니다가 오조 계(五祖師戒 : 운문종)선사가 남의 경지 시험하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설두선사는 앞장서기를 싫어하여 결국 악선사가 먼저 가서 방장실로 들이닥치니 계선사가 말하였다.
 "스님은 이름이 무언가?"
 "제악(齊岳)입니다."
 "제악이 태산(泰山)만이야 하겠느냐?"
 악선사가 대답하지 못하자 계선사는 그를 쫓아내 버렸다. 악선사는 이에 불복하고 그 이튿날 또다시 찾아가니 계선사가 말하였다.

 "무슨 일인가?"
 악선사가 머리를 돌리면서 손으로 동그란 원을 그려보이니 계선사가 다시 말하였다.
 "그게 무엇인고?"
 "늙은이야, 호떡도 모르느냐?"
 "부엌의 화로불이 꺼지기 전에 한 개 얹어 놓아라!"
 다시 악선사가 무어라 하려는데 계선사는 주장자를 들어 그를 문밖으로 쫓아 버렸다. 며칠이 지난 후 악선사가 또다시 찾아가 좌복을 집어들고 말하였다.
 "이것을 펴면 모래알 만큼의 대천세계가 벌어지고 펴지 않으면 터럭 끝도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을 펴야 옳겠는가, 펴지 말아야 옳겠는가?"

 계선사가 갑자기 걸상에서 내려와 그의 멱살을 움켜 잡고, "이미 낯익은 사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하였다. 악선사가 이번에도 말을 못하자 계선사는 또다시 그를 쫓아 버렸다.

 이로 본다면 오조선사는 참으로 일대의 용문(龍門)이라 하겠으니 악선사가 세차례나 도전하였으나 세차례 모두 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이에 대하여 무진거사 장상영이 말하였다.
 "설두선사는 비록 기봉(機鋒)이 뛰어났지만 절벽을 바라보고 물러서 버렸으니,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