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회당선사께 법문을 청하는 글 / 서희(徐禧)
32. 회당선사께 법문을 청하는 글 / 서희(徐禧)
용도각(龍圖閣) 서희(徐禧)는 원풍(元豊 : 1082) 5년에 우정언(右正言)에서 위주(渭州)자사로 뽑혀가게 되었다. 그는 분령(分寧)으로 돌아오자 황룡사의 회당(晦堂)선사에게 운암사(雲巖寺)로 와서 대중설법을 해주도록 청하는 글을 올렸다.
"30년 전의 설법에서는 '없을 막(莫)'자 하나도 필요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가시넝쿨이 길을 가로 막아 모두가 그들의 견해에 따라 종파를 열었습니다. 그들은 '평지에 해골더미를 쌓는 일은 그만두어라'고 말만했지 그 평지가 어디인줄 조차 모르고 있으며, '죽을 먹고 자리대를 씻어라' 하지만 그 바리때가 어느 곳에 떨어졌는지 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말 끊어진 곳을 배우지 않고, 뿌리에 있으면서도 뿌리로 돌아갈 근거만을 찾고 있으니 나무로 깍은 독수리가 어떻게 새를 잡을 수 있으며 호랑이 가죽을 둘러 쓴 양이 어떻게 풀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이 병폐를 아는 큰 스님들께서 수시로 간절히 부탁하되, 모름지기 천 년 노송 아래서 복령(茯苓 : 노송아래 기생하는 약초)을 캐도록하고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부추겼습니다. 그리하여 해골이 빙빙 돌 때 가서 눈 위에 눈썹 앉은 것처럼 제자리를 찾아주고, 그들에게 숟가락 젓가락을 주어서 자유롭게 국마시고 밥 먹는 맛을 알게 하였으니 강철같은 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마지막 수단인 주먹질과 몽둥이질을 가할 수 있었겠습니까. 불법문중에서 이처럼 남달리 바른 견해를 가진 선사를 쉽사리 만날 수 있겠습니까. 옛사람은 이 때문에 강을 거너 바다 건너 스승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이제 이러한 스승께서 우리 마을 우리 고향에 계시니 이는 천년에 한번이나 있을 듯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대중을 위해 힘을 다하여 어깨를 드러내고 무릎을 꿇어 이 모임에 참가한 모든 중생에게 신심을 불러 일으켜 주기를 원하옵니다.
문설주를 들어올려 못을 뽑으려는 자는 모두 회당화상에게 귀명(歸命)하라. 널찍한 사자좌에서 나오는 거침없는 사자후가 바야후로 여기 이르렀다. 뜻을 같이하는 대중이여, 경건한 마음으로 우러러 보라."
아! 이 글은 사람을 즐겁게 해주면서도 문체에 어긋나지 않고, 대구법을 구사하였지만 정교하기 그지없는 솜씨다. 그의 가슴 속에 흘러나오는 직절근원(直截根源)이 없다면 어떻게 이 문장을 엮어낼 수 있었겠는가? 황태사(黃太史)는 이 글을 크게 새겨 취염사(翠琰寺)에 걸어놓고, 천고 총림에 빛나는 일로 전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