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호야록羅湖野錄
35. 오고 감에 자유롭게 / 우(祐)상좌
쪽빛마루
2015. 8. 21. 13:19
35. 오고 감에 자유롭게 / 우(祐)상좌
회남(淮南)의 우(祐)상좌는 가장 오랫동안 총림을 돌아다녀 도반들의 추대를 받아왔다. 정주(鼎州) 천왕사(天王寺)에 객승으로 있을 때, 도에만 힘을 썼으므로 사람들이 그를 가까이 하거나 멀리 할 수가 없었다. 얼마동안 있다가 대중에게 "나는 간다" 하니 어느 사람이 이를 농담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송을 지어달라고 보채니 즉석에서 붓과 종이를 찾아 크게 써주었다.
와도 문을 들어 온 일 없고
가도 문을 나가지 않아
허공을 깨뜨리니
회호(回互)할 일 다시 없어
손뼉치며 웃음짓고 돌아가는데
흰구름 흩어지니 푸른 산이 드러나네.
來不入門 去來出戶
打破虛空 更無回互
拍手呵呵歸去來 白雲散盡靑山露
그리고는 반듯이 가부좌를 하고 말없이 세상을 떠나니, 일 맡은 사람이 장사지낼 채비를 못했다고 급히 이름을 부르며 몸을 흔들었다. 우상좌는 다시 눈을 뜨고 손을 저으며 "여러분에게 누를 끼치지 않겠으니 모두 잘들 있으시오" 하고 인사하였다.
이때 군수 소공(蘇公)도 찾아와서 경의를 표하고 시신을 어루만지며, 일을 다 마친 납승이시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