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야록 下 1. 지혜 바다의 등불 / 불혜 법천(佛慧法泉)선사
나호야록
下
1. 지혜 바다의 등불 / 불혜 법천(佛慧法泉)선사
장산(蔣山) 불혜 천(佛慧法泉 : 운문종)선사는 총림에서 '천만권(泉萬卷 : 만권의 책을 읽은 법천스님)'이라 불리운다. 소성(紹聖 : 1094) 원년 동파거사(東坡居士)가 영남으로 나오는 길에 배를 타고 금릉을 들럿다가 풍랑으로 길이 막히자 그를 맞이하여 한가히 도를 이야기하였다. 소동파가 무엇이 지혜바다[智海]의 등불이냐고 물으니 천선사는 거침없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밝은 것을 가리키니, 이것이 무엇인가
머리를 들어보니 구름 새로 매가 날아가네
옛부터 이 촛대는 가장 귀한 것이나
등불을 물을 줄 아는 이 몇이나 될까.
指出明明是甚麽 擧頭鷂子穿雲過
從來這盌最希奇 解問燈人能幾箇
소동파는 흔쾌히 시를 지어 이 사실을 기록하였다.
오늘 강가의 궂은 날씨
천둥소리 구름일어 바람이 몰아치네
종산을 홀로 바라보며 보선사를 부르자니
숲 사이 하얀 부도 한 마리 학이어라
보공의 차가운 뼈 대답은 없고
뜻밖에 천 노스님 사람을 부르네
섬뜩하는 눈, 호랑이 이빨에 벼락치는 혀로
나를 위해 천 봉우리 흰구름을 불어 흩는다
남녘 만리길 이 무슨 인연인가
조계(曹溪)의 물맛을 처음 보았네
뒷날 장산을 그릴 때에는
스님께서 거사 부르는 것을 그리리.
今日江頭天色惡 砲車雲起風欲作
獨望鐘山喚寶公 林間白塔如孤鶴
寶公骨冷喚不噟 却有老泉來喚人
電眸虎齒霹靂舌 爲余吹散千峯雲
南來萬里亦何事 一酌曹谿知水味
他年若晝蔣山圖 仍作泉公喚居士
천사는 다시 게송을 지어 그를 송별하였다.
발끝이 조계로 가는 길이니
법당에 오르거든 더 이상 깃발이니 바람이니 묻지 마시오
종산 언덕에서 헤어질 때 받은 그대 시를
당시 방아찧던 육조에게 말해주면 좋겠네.
脚下曹谿去路通 登堂無復問幡風
好將鐘阜臨岐句 說似當年踏碓翁
아! 소동파는 평소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변함없이 근심도 시름도 하지 않는 자이다. 그렇지 않다면 산과 바다를 방랑하던 그 시절에 어떻게 지혜바다[智海]의 등불을 물을 수 있었겠는가. 천 선사는 벽력같은 혀로 봉우리마다 쌓인 구름을 흩어주었으니 소동파에게 준 것이 없다 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