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호야록羅湖野錄

17. 도깨비라는 별명이 붙은 스님 / 삼조 충회(三祖沖會)선사

쪽빛마루 2015. 8. 21. 13:34

17. 도깨비라는 별명이 붙은 스님 / 삼조 충회(三祖沖會)선사

 

 삼조 회(三祖沖會 : 운문종)선사는 천성이 엄격하여 대중을 번거롭게 하니 총림에서는 그를 좋다 하는 사람이 없고 ‘회도깨비[會魔子]’ 라 불렀다. 하루는 탁발하고 돌아와 대중에게, 세존께서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돌아오시자 수보리가 부처님께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라고 말한 구절을 들어 설법하였다.

 “이번에 내가 어느 산골 좁은 길에 이르렀을 때 가마를 타고 오는 할머니 한 분과 마주쳐 각기 가마에서 내려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가 ‘스님은 어디로 가시오?’ 라고 묻기에 나는 발우를 들어 보이면서 가니 ‘아! 무슨일에 그렇게 집착하시오’ 라고 하더라. 대중들이여! 말해 보아라. ‘아! 무슨일에 그렇게 집착하시오’라는 할머니 말과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라는 수보리의 감탄이 같은지 다른지를. 만일 같다면 어느 곳이 같은가? 만일 다르다고 한다면 아직 납승의 안목을 갖추지 못한 자이다."
 회(會)선사는 천의 회(天衣義懷)선사의 법제자이다. 그의 인연은 성숙하지 못했다 해도 기변(機辨)은 누구 보다도 뛰어났다. 오거사(烏巨寺)의 행[道行]선사가 일찍이 그의 지략에 대해 ‘임제 문하에 금강역사의 눈과 사자의 발톱’이라고 칭찬한 적이 있는데 행선사 역시 그를 가슴에 새겨두고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