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스스로 알아내는 것이 좋으리라 / 불안 청원(佛眼淸遠)선사
34. 스스로 알아내는 것이 좋으리라 / 불안 청원(佛眼淸遠)선사
불안 원(佛眼淸遠)선사가 처음 해회사(海會寺) 법연(法演)스님에게 가서 자기 문제를 누차 묻자 법연스님은 “나는 그대만 못하니 그대 스스로 알아내는 것이 좋겠다." 하거나 “나는 모른다. 내 그대보다 못하다”라고만 할 뿐이어서 원선사는 그 뜻을 알 수가 없었다. 한참 후에 다시 물었다.
“지금 이 회중에서 누가 가까이 할 만합니까?”
"원례(元禮 : 임제종 양기파)수좌가 있는데 그가 왔을 때 나는 그에게 "납자라면 모름지기 승려와 속인의 안목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는 내가 상당설법에서 ‘같은 문으로 드나드니 오랜 원수다’ 한 말을 듣고 느낀 바 있었다. 그대가 만일 원례수좌에게 가르침을 청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불안스님이 가서 묻자 원례수좌는 불안스님의 귀를 잡아 끌고서 화롯가를 빙빙 돌며 말하였다.
“그대 스스로 알아내는 것이 좋겠다.”
“나는 깨우쳐 주기를 바랬는데 도리어 놀려대니 이를 어찌 법보시라 할 수 있겠습니까?”
“네가 깨닫는 날 비로소 오늘의 곡절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차가운 밤에 홀로 앉아 화롯불을 헤치다가 콩알만한 불씨 한 개를 보고 환하게 깨우쳐 스스로 기쁨에 겨워 말하였다.
“깊이 깊이 파헤쳐보니 이런 게 있었구나. 평생의 일이란 이와 같구나.”
이에 벌떡 일어나 책상 위에 「전등록」을 펼쳐보다가 때마침 파조타(破竈墮)선사의 인연에 가서 막힘 없이 자기가 증험한 바와 일치되었다.
원오(圓悟)선사가 그의 요사채를 찾아가 청림(靑林)선사의 흙나르는[搬土]* 화두를 들어 그를 시험해 보았다.
“옛적이나 지금이나 벗어난 사람은 없다.”
“무슨 벗어나기 어려운 게 있겠습니까?”
“「철륜천자(鐵輪天子)」가 천하에 명을 내린다고 한 그의 말에서 또한 어떻게 벗어 나올 수 있겠는가?”
“내 말하리라. 제석천궁에서 사면서를 내린다고.”
원오스님이 물러나와 그의 도반에게 말하였다. “원(遠)스님에게 사람을 살리는 방편[活人句]이 있으니 기쁘다.”
그후 불안선사의 법제자인 오거사(烏巨寺)의 행(道行)스님이 송을 지어 해회사의 일을 밝혔다.
나는 알지 못한다, 너만 못하다 하니
달마스님 왔다가 이빨 두 개를 뽑혔네
끝없이 널려있는 흰 수초 위에 부는 바람은
분명 가을 강물위에서 일어난 건 아니로세.
我不會兮不如伱 達磨當門缺兩齒
滿堂無限白蘋風 明明不自秋江起
나는 알지 못한다, 너만 못하다 하니
하하하 온갖 꽃이 돌절구 위에 피었구나
선재동자는 백성을 돌았다고 쓸데없이 말하나
언제 한 번 자기 집을 밟아본 적 있었던가.
我不會兮不如伱 堪笑千華生碓觜
善財謾說百城遊 何會踏著自家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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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림 건(淸林師虔)선사는 신참이 오면 으레 흙짊을 세 차례 져 나른 후에 큰 방에 들게 하였다. 한 스님이 그 일을 긍정치 않고 물었다. "세 차례 옮기기 전은 묻지 않거니와 세 차례 옮긴 뒤에는 어떻습니까?" "철륜천자가 천하에 명을 내린다" 그 스님이 대꾸가 없자 사건스님이 때려서 내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