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참선을 하려면 쇠로 만든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이문화(李文和)
45. 참선을 하려면 쇠로 만든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이문화(李文和)
이문화공(李文和公)은 대중 상부(大中祥符 : 1008~1016) 연간 두 구절의 게송을 지어 발운관(發運官) 주정사(朱正辭)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 이때 낭중(郎中) 허식(許式)도 회남(淮南)의 조운사로 있었는데, 주정사가 이문화의 송을 허식에게 내보이고 서로 붙여서 한 연(聯)을 만들었다.
참선을 하려면 쇠로 만든 사람이 되어야 하니
마음에 착수해야 의심이 풀리리라(이)
빗줄기는 나무꾼의 발길을 재촉하고(주)
바람은 고깃배를 강기슭으로 보낸다.(허)
參禪須是鐵漢 著手心頭便判(李)
雨催樵子還家(朱) 風送漁舟到岸(許)
이에 부산사(芙山寺)의 원(法遠)선사에게 청하여 화답을 받았다.
참선을 하려거든 쇠로 만든 사람이 되어야 하니
마음에 착수해야 의심이 풀리리라
온 몸이 모두 눈동자라 해도
빨간 화로에 다시 담금질 해야하리
저예는 나무에 부딪혀 임무를 잊었고*
예양은 자신을 감추고자 숯덩이를 삼켰도다*
가을 강물위에 백로의 그림자 떨어지고
갈대 핀 두 언덕에 바람이 스쳐온다.
參禪須是鐵漢 著手心頭便判
通身雖是眼睛 也待紅爐再鍛
鉏麑觸樹迷封 豫讓藏身舌炭
鷺飛影落秋江 風動蘆華兩岸
문화공도 뒤이어 다시 게를 지어 답하였다.
참선을 하려거든 쇠로 만든 사람이 되어야 하니
마음에 착수해야 의심이 풀리도다
무상보리로 곧장 나가고
일체의 시비를 상관치 마오.
參禪須是鐵漢 著手心頭便判
直趣無上菩提 一切是非莫管
이제는 뒷 게송 하나만 전해 오고 있을 뿐이다. 세인들은 흔히들 사대부의 참선을 이야기거리로 생각하는데, 문화공이 선창하고 여럿이 화답한 게송들이 종사의 면모가 깃들어 있는 바른 말임을 어찌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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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양 : 전국시대 진(晋)나라 사람. 자기가 섬기던 지백(智伯)이 조양자(趙襄子)에게 죽자 원수를 갚으려고 몸에 옻칠을 하여 문둥이가 되고 숯을 삼켜 벙어리가 되었다. 그리고는 자백에게 접근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잡히자 자살했다.
* 저예 : 춘추 진(晋)나라 영공(靈公) 때의 역사(力士). 영공이 잔인무도하여 충신 조순(趙盾)이 몇차례나 간언을 올리니 영공은 그를 미워하여 저예를 시켜서 죽이려 하였다. 아침 일찍 조순이 관복을 차려입고 조회하러 조정에 나왔는데 너무 일찍 와서 잠깐 앉아 졸고 있었다. 저예는 조순을 보는 순간, 그가 어질다고 생각하여 차마 죽이지 못하고, 명을 시행하지 못했으므로 궁중에 있는 홰나무에 머리를 부딪혀 자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