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호야록羅湖野錄

49. 「선본초」와「포자론」/ 담당 준(湛堂準)선사

쪽빛마루 2015. 8. 21. 13:52

49. 「선본초」와「포자론」/ 담당 준(湛堂準)선사

 

 담당 준(湛堂文準)선사는 아(雅)선사와 문중 형제간이다. 준선사는 아선사가 「선본초(禪本草)」를 저술하고 이어서 「포자론(炮炙論)」을 지을 때, 그 일을 도와주면서 말하였다.

 

 "병 없이 장수를 누리려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선본초」를 익히 읽어야 한다. 선본초를 보지 않으면 더운 약인지 찬 약인지를 알 수 없고,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가려낼 수 없고, 또한 어느 고을에서 나오는 약이 가장 좋은지를 알 수 없다. 그런 내용을 모르고서 어떻게 약의 성질을 알 수 있겠는가.
 요즘들어 세상에는 「선본초」를 읽어 보지도 못하고서 도리어 두루람(杜漏藍)을 가지고서 면주(綿州)에서 나는 부자(付子)라고 하는 이가 있는데 표면의 구멍 모습이 닮은 까닭에 때로는 정말로 그것인가 착각하기도 하니 매우 괴로운 일이다. 이는 자신만 그르칠 뿐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도 그르치는 일이다. 이때문에 후세에 의학을 배우는 자로 하여금 한 사람의 거짓말이 모든 사람에게 참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리하여 정신없이 그 끝만 따라가 편안히 근본으로 돌아갈 줄을 모른다. 날이 가고 달이 가면 불쑥 병이 생겨서 점점 사지로 퍼지다가, 밝고 원만하고 즐겁고 항상한 몸을 해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절부절하면서 드디어는 불치병이 되고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 자가 많으니. 그것은 초학들도 덜렁거리고 스승도 대강 가르쳐 「선본초」를 읽지 않는 데서 빚어진 허물이다.

 이 책을 읽고 약의 성질을 명백히 알았다면 이제 약 짓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조제하는 법은 먼저 가장 순수한 것만을 골라서 법류수(法流水)에 깨끗이 씻어 인아(人我)의 잎새를 따버리고 무명(無明)의 뿌리를 없앤다. 그런 뒤 팔환도(八還刀)을 가지고서 삼평등(三平等)의 다듬잇돌 위에 올린 약재를 부수거나 자르고 성공(性空)의 참 불에 살짝 볶는다. 그 다음 사무량(四無量)의 절구 속에 넣고 팔금강저(八金剛杵)를 들어 팔만사천번을 찧는다. 그리고는 대자대비 천수천안의 체로 쳐서 티끌마다 삼매(三昧)를 만들어 십바라밀(十波羅蜜)로 반죽하여 환약을 만든다. 이것으로 시기에 관계없이 일념상응탕(一念相應湯)을 다려 전삼삼후삼삼(前三三後三三) 세 알씩 먹되 팔풍이견(八風二見)을 제외하고는 별다르게 가릴 음식물은 없다. 이 약의 효험은 말로는 다할 수 없으며 복용한 자만이 큰 힘을 알 것이다. 이 약은 의학서적에도 실려 있지 않다. 뒷날 최고의 의학을 배우려 하는 사람은 「선본초」를 본 뒤.
이 조제법에 따라서 약을 지어 복용하면 그 효험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묘희노스님이 말하였다.
 "담당 준 선사는 제갈공명(諸葛孔明)의 「출사표(出師表)」를 읽고서 글을 짓는 요령을 터득하여 마침내 「나한소(羅漢疏)」· 「수마기(水磨記)」· 「포자론(炮炙論)」등을 저술하였다."
 아! 큰스님들은 세간의 학문에도 이렇게 밝았는데 더구나 출세간의 법이야! 「포자론」은 막히는 문장이 없고 글자의 쓰임새가 어긋남이 없으며 비유가 자세하고 「선본초」와는 서로 안팎을 이루는 책이다. 불치의 고질병을 치유할 수단을 갖춘 자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