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총림성사叢林盛事
발문(跋文)
쪽빛마루
2015. 9. 24. 09:55
발문(跋文)
지난날 내가 오봉사(五峰寺)에서 대중의 수좌로 지낼 때, 고월 융(古月道融)선사는 마침 손님 맞는 소임을 맡고 있었다. 나는 영광스럽게도 그와 같이 사는 복을 누려 하루에도 몇번씩 산수간에 노니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그 후 업연(業緣)은 계속되어 청산(靑山)에 와서 산 지 10년이 넘어가는 어느 날, 돌연 그가 나를 찾아와 선배들의 지난 언행을 자상하게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들은 이 늙은 회포를 맑게 맑게 씻어 주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총림성사」 한 편을 꺼내 놓는데, 모두 일세를 풍미한 종사들과 훌륭한 사대부들 간에 주고 받은 이야기와 거기에 붙인 평들로서, 후학을 일깨우고 불법을 도와줄 만한 내용이었다. 체제는 스승(대혜)의 「종문무고(宗門武庫)」와 비슷하였다.
판에 새겨 후세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 하니 그 혜택이 어찌 크지 않으랴. 그래서 붓을 들어 뒤에 몇자 붙인다.
경원(慶元) 기미(己未 : 1199), 화장사(華藏寺) 둔암 종연(遯菴宗演)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