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원오심요圜悟心要

원오심요 上 18. 원선객(元禪客)에게 주는 글

쪽빛마루 2016. 3. 2. 04:29

18. 원선객(元禪客)에게 주는 글(成都府 廣孝寺에 주석하다)

 

 조주스님은 말하기를 "불(佛)이라는 한 글자를 나는 듣기 좋아하지 않는다" 하였다. 말해 보라,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를. 아마도 부처님은 일체지(一切智)를 갖춘 사람이었기 때문에 듣기를 좋아하지 않았을런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러한 도리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그것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듣기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눈 밝은 사람의 경우라면 듣자마자 귀결점을 알리라. 그렇다면 귀결점이 어디에 있느냐? 한번 꺼내 보아라.

 노조(魯組)스님은 납자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문득 벽을 마주하고 앉았다. 이는 사람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사람을 위하지 않은 것이냐? 그 요점[節文]은 어디에 있겠느냐? 만약 그와 기연을 투합하고 싶다면 어디로 나아가야 하겠느냐?

 백장대지(百丈大智)스님은 상당설법을 끝낼 때마다 다시 대중을 불렸다. 대중들이 머리를 돌리면 백장스님은 말하였다.

 "무엇이냐?"

 이에 대해서 약산(藥山)스님은 스스로 말하였다.

 "백장스님이 법당에서 내려 올 때의 일을 말해 보라. 그것으로 어떤 사람을 지도하였는가? 하였으니, 어떻게 알아 차려야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