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원오심요圜悟心要

원오심요 下 59. 풍희몽(馮希蒙)에게 드리는 글

쪽빛마루 2016. 3. 18. 16:05

59. 풍희몽(馮希蒙)에게 드리는 글

 

 그대는 삼계화택을 싫어하여 말끔한 풍도를 간직하고 인연의 업을 맑혀 세상 밖에 노니십니다. 급고독장자, 유마거사, 배휴상공, 그리고 방거사의 길을 간다 하겠으니, 어찌 무리를 놀라게 하고 성인을 필적하는 빼어난 인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이것은 위엄왕불 · 과거 칠불 이전부터 아래로는 미래가 다할 때까지, 만유십허(萬有十虛)를 꽉껴 잡아서 전혀 새 나감이 없습니다.

 요컨대 하나를 들면 문득 밝히고 움쩍하면 곧 알아차린다 해도 벌써 바보짓입니다. 그 때문에 단하(丹霞)는 태어나면서부터 알았고, 방거사는 아무데고 막힘이 없었습니다. 눈으로는 아주 작은 기미까지도 보아내고 모든 선(禪)을 간파하였습니다. 총림에 높이 거닐며 수만금을 강물에 던지고 두건[俗塵]을 벗어버렸습니다. 한결같이 무간도(無間道) 가운데 살면서 시장에서 조리(笊籬)를 팔고 대낮에 거리에 누웠으니, 어찌 허기짐과 부끄러움인들 없었겠습니까마는, 사람을 만나 종횡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최상의 문빗장을 밟는 책략 아님이 없었습니다.

 지금 그대는 이러한 뜻을 가졌고, 근기, 성품, 기상, 도량이 다행히 범상치 않으십니다. 그러니 오직 물러나서 버리고 정진수행하는 데만 힘쓰십시오. 이렇게 해서 오래도록 변치 않으면 그 때는 전체를 그대로 누리고 쓸 수 있게 됩니다.

 불전 앞의 풀을 깎고, 성승(聖僧)의 머리에 올라타며, 목불(木佛)을 태우고, 한 입에 서강(西江)의 물을 다 마시고, 본래인(本來人)에 어둡지 않다고 한 것 등이 모두가 원만한 기틀로 생생하게 벗어나 은현자재했던 것입니다. 오직 최고의 작가선지식만이 그런 활용을 알며 그 나머지 서서 죽고 앉아서 떠나는 것은 모두가 거기서 나오는 여분의 운치일 뿐입니다. 이들은 진실로 이른바 삼계 밖의 사람인데, 어찌 화택(火宅)이 그를 가둘 수 있겠습니까.

 다만 은산(銀山)의 긴 절벽처럼 우뚝하라면, 풀에 들어가 다시 사람을 구할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