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용록 上 제10칙 오대산의 노파[臺山婆子]
제10칙
오대산의 노파[臺山婆子]
시중 |
대중에게 보이시다.
거두기도 하고 놓기도 하니, 간짓대[干木]를 몸에 지녔고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니, 저울대[權衡]가 손아귀에 있다. 진로(塵勞)와 마외(魔外)가 모두 지호지간(指呼之間)에 있고 대지(大地)와 산하(山河)가 모두 장난감이 되었다. 일러보라. 이 무슨 경계인고?
시중 |
드노라
오대산 길목에 한 노파가 있었다.
-성벽 곁의 농막이요 길가의 토끼로다!
어떤 승이 묻되 "오대산 가는 길이 어디오?" 하면,
-일생 동안 행각하고서 갈 곳도 모르다니
노파가 대답하되 "곧장 가시오" 하였다.
-좋은 마음만은 아니었으리라.
승이 떠나자마자
-도적이 붙었는데도 모르고 있구나!
노파는 이르되 "멀쩡한 스님이 또 저렇게 가는구나" 하였다.
-그대가 이미 후백( 侯白)인데
승이 이 사실을 조주에게 고하니
-사람이 평온하면 말이 없고
조주가 이르되 "감정해줄 터이니 기다리라" 하고는
-물이 평평하면 흐르지 않는다.
조주 자신도 전과 같이 물었다.
-범을 잡는 덫이구나!
다음날 상당하여 이르되 "내가 그대를 위하여 감정해 마쳤다" 하였다.
-내가 다시 후흑(侯黑)이 되었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오대산 길가의 노파는 평소 무착(無着)을 딸라서 절에 들고나고 하면서 문수(文殊)의 전삼후삼(前三後三)의 도리를 배불리 참구한 터였다. 무릇 승이 와서 오대산 가는 길이 어디냐고 물으면 장안(長安) 큰길을 숨김없이 가리키면서 곧장 가라고 하였다. 그 승이 의심조차 없이 선뜻 떠나면 노파는 "멀쩡한 스님이 또 저렇게 가는구나!" 하였으니, 그 노파는 올가미를 손에 들고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현량(賢良)들을 속였던가? 그 승도 이미 어쩔 수 없어서 조주에게 들고 와서 이야기 하니, 조주가 이르되 "그대를 위해 감정해주리니, 기다리라" 하여 천하 사람들을 바짝 의심케 하였다.
그 노장은 늙었으면서도 마음을 쉬지 못하고 무엇을 도모했던가? 종안(宗眼)을 확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조주는 전과 같이 물었고 노파도 전과 같이 대답했는데 어떤 이는 문득 이 이야기를 두 토막으로 나누어 놓고서 "앞의 토막은 그 승을 점검[點]해서 노파를 부축했고, 나중의 토막은 노파를 점검해서 조주를 부축했다" 하고, 오직 현각(玄覺)만은 이르되 "앞의 승도 그렇게 문답했고, 나중의 조주도 그렇게 문답했으니, 일러보라. 어디가 감정한 곳인가?" 하였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감정해마쳤다" 하노라. 또 (현각이) 이르되 "조주의 감정만 받았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승의 감정도 받았다" 하였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누(累)가 현각에게만 미친 것이 아니라 만송에게까지 미쳤다" 하노라.
낭야(瑯琊)가 이르되 "알량한 조주가 그 노파의 손아귀로 들어가서 생명을 부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잘못 아는 자가 많도다" 하였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결코 자신을 남에게 견주지는 말라" 하노라. 위산 철(潙山喆)이 이르되 "천하의 납승(衲僧)들은 단지 노파에게 길을 물을 줄만 알았고, 발뿌리 밑의 진흙이 깊음은 전혀 알지 못했다. 만일 조주노인이 아니었다면 어찌 땀흘린 말[汗馬]의 공이 높음을 드러낼 수 있었으랴?" 하였으니 비록 그렇기는 하나 모름지기 천동이 노래로 찬양하는 수고를 빌려야만 하리라.
송고 |
나이 먹으면 요정이 된단 말 헛되지 않으니
-절대로 남의 집 남녀들을 홀리지는 말아야 할 터.
조주 옛 부처가 남전의 법을 이었네.
-진주(鎭州)에서는 분명 큰 나복(蘿蔔)이 나오지!
늙은 거북이의 죽음은 도상(圖象 : 갑골 문양) 때문이요.
-신령스럽기 귀신 같으나 도리어 그 때문에 환난을 당한다.
좋은 말은 바람을 쫓기에 자주 얽매임을 당한다.
-바람을 쫓고 비를 쫓으나 굴레와 고삐를 면치 못한다.
노파의 선법을 감정해 마치니
-몇 명의 남자가 장부 구실을 했을는지!
남에게 이야기는 하되 값을 받지는 않더라.
-그 근기가 성인 아님을 알기 때문이리.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귀매(鬼魅)는 요망함[妖]을 통하여 정(精)을 이루고 주약(呪藥)은 의지함[依 : 약의 상승작용]을 통하여 정을 이루고, 천룡(天龍)은 보(報 : 과보)를 통하여 정을 이루고, 성현은 신기로움[神]을 통하여 정을 이루고 불조(佛祖)는 도를 통하여 정을 이룬다.
남전과 조주는 불조문중의 향상인(向上人)이거니, 어찌 나이 먹는 법이 있으랴? 그러므로 "나이 먹으면 요정을 이룬다"고 하였다.
"조주 옛 부처가 남전의 법을 이었다" 함은 마조가 이르되 "경은 지장(智藏)에게 들어가고 선은 회해(懷海)에 들어갔으나 오직 남전만이 홀로 세간 밖에 우뚝 뛰어났다"고 하였으니, 조주는 장사(長沙)로 벗을 삼고 남전으로 스승을 삼은 분이다. 그러므로 감정해 가려내는 가운데서 득과 실[得失], 승과 부[勝負]로 등급을 매길 바가 아니니, 천하에서 이르기를 '조주의 관문(關門)'이라 하여 통과하기 어렵다고 여긴다.
그러나 중니(仲尼)께서 말씀하시되 "신기로운 거북이가 원군(元君)에게 현몽까지는 할 수 있었으나 여차(余且)의 그물은 면치 못했듯이 지혜로는 능히 72괘를 통달하여 잊은 괘가 없을지라도 고장(刳腸)의 재앙을 피하지 못한 이가 있다"고 하였으니, 이로써 지혜로운 이에게도 고달픔이 있고 신기로움도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장자(莊子)」에 이르되 "송원군(宋元君)의 꿈에 어떤 사람이 머리를 풀고 와서 말하기를 '나는 재로(宰路)에서 연(淵)으로 가는 길입니다. 나는 청강(淸江)을 위하여 하백(河伯)에게로 심부름을 가는데 여차(余且)라는 어부가 나를 잡았습니다'하여 깨어서 점을 치니, 신기로운 거북을 얻을 괘였고 고기잡이에 과연 여차라는 이가 있었는데 그물로 흰 거북을 잡아올리고 있었으니 둘레가 5척이나 되었다. 송원군이 살려주고자하여 점을 치니, '거북을 죽여 길한 괘를 점쳐 얻으라' 하기에 마침내 거북을 잘랐다." 하였으니, "72패를 통달하여 잊은 괘가 없다"한 것이 바로 이 일이다.
낙포(洛甫)가 이르되 "상류(上流)의 선비를 알고자 한다면 불조의 말씀을 마빡에 붙여두지 말지니, 마치 거북이가 도상을 짊어지도 있다가 스스로 죽는 징조나 봉황새가 황금 그물에 얽매여 있으면서도 창공[霄漢]을 뛰어넘을 꿈을 품음과 같으니 기대할 수 있으리요?" 하였다.
주목왕(周穆王)에게 여덟 마리 준마(駿馬)가 있었는데 구름을 타고 달려서 나는 새를 추월하는 것도 있었으므로 "좋은 준마가 바람을 쫓는다"하였으니 이는 노파가 오가는 승을 감정하되 조주의 감정을 면치 못했고, 조주는 능히 노파를 감정하기는 했으나 낭야의 점검을 면치 못했다는 사실을 송한 것이다.
참선이란 금과 똥의 법[金屎法]이라 이르나니, 알지 못하면 금과 같고, 감정해 깨뜨리면 똥과 같다. 그러기에 "남에게 이야기는 하되 한 푼의 값도 받지 않았다" 하였으니, 그대들이 다만 득과 실, 승과 부의 분별을 여의기만 하면 자연히 그 노파를 속이고 조주를 하시할 수 있으려니와 만일 만송의 문하에 오거든 가슴을 두드리는 외통수[檐板漢] 노릇은 하지 말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