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종용록從容錄

종용록 上 제22칙 암두가 절을 하니, 덕산이 할을 하다[岩頭拜喝]

쪽빛마루 2016. 4. 7. 10:47

제22칙

암두가 절을 하니, 덕산이 할을 하다[岩頭拜喝]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사람은 말로써 살피고, 물은 지팡이로 살핀다. 풀밭을 헤치고 바람을 가르는 행각이야 예삿일이지만 갑자기 뛰어나온 꼬리에 불붙은 호랑이야 또 어찌하리요?

 

본칙

 드노라.

 암두(岩頭)가 덕산(德山)에 가서 문턱에 걸터서서 묻되 "내가 범부입니까, 성인입니까?" 하니,

 -이 도적을 보라.

 

 덕산이 문득 할을 하매

 -해골이 부서졌겠군!

 

 암두가 절을 했다.

 -썩 좋은 마음은 아니었을테지!

 

 동산이 이 소식을 전해듣고 이르되 "만일 활공(豁公)이 아니었다면 감당해내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하니

 -선물이 두툼하고 말이 달콤하구나.

 

 암두가 이르되 "동산 노장이 좋고 나쁜 것도 모르는구나!

 -도리어 서두르네.

 

 내가 그때 한 손은 들고 한 손은 내렸었더니라" 하였다.

 -난들 왜 모르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덕산은 평상시에 바람을 몰고, 비를 모는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날, 암두가 절을 하려고 자리를 펴는데 덕산이 주장자로 걷어서 섬돌 아래로 날려버리니, 암두가 섬돌 밑으로 내려가서 방석을 거두어가지고 떠났다.

 다음날, 다시 덕산에게 올라가서 모시고 섰으니, 덕산이 이르되 "어디에서 그런 헛짓을 배워가지고 왔는가?" 하니, 암두가 대답하되 "저는 결코 스스로 속이지는 않습니다" 하였다. 덕산이 다시 이르되 "그대가 뒷날 내 머리 위에다 똥을 쌀 것이다. 아비는 자식이 건재하다는 소식을 들으면 더 의롭지 못했음[不殺身]을 한하나니, 지견이 스승을 지나야 비로소 전해준 법을 감당할 수 있다" 하였다.

 이러한 질문을 제방에서는 문턱에 걸터서서 묻는 기연[跨門之機]이라 하거니와 반드시 애초부터 진짜로 문턱에 걸터 앉아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옛적에 어떤 외도가 손에 산 참새[活崔] 한 마리를 숨겨가지고 부처님께 와서 묻되 "손 안의 참새가 죽겠습니까, 살겠습니까?" 하니, 부처님께서 발을 문턱에 걸치시고 되물으시되 "그대는 내가 들어가리라 여기는가, 나가리라 여기는가?" 하셨는데, 여기에서 "범부인가, 성인인가?" 하고 물은 것은 실로 이런 이치를 품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 보화(普化)가 성승(聖僧)을 가리키면서 임제(臨濟)에게 묻되 "일러보라. 저것은 범부인가, 성인인가?" 하니, 임제가 문득 할(喝)을 하였다. 보화가 이르되 "하양(河陽)은 신부선(新婦禪)요, 목탑(木塔)은 노파선(老婆禪)인데, 어린 오줌싸개 임제는 도리어 한쪽 눈을 갖추었도다" 하니, 임제가 이르되 "저 늙은 도적아!" 하매, 보화가 승당(僧堂)을 뛰쳐 나가면서 이르되 "도적이야! 도적이야!" 하였다. 수산(首山)이 이에 대해 이르되 "저 두 명 도적 속에 진짜 도적이 있으니, 일러보라. 어느 것이 진짜 도적일까?" 하고는 대신하여 이르되 "유분자(劉盆子)로다" 하였다.

 암두가 묻되 "범부인가? 성인인가?" 하니, 덕산이 문득 할을 했다 한 것은 임제가 함께 온 이를 헤아려 감정하려던 것과 비슷하고, 암두가 절을 한 것은 "어린 오줌싸개 임제가 도리어 한쪽 눈을 갖추었다" 한 것과 똑 같다.

 설두가 이르되 "그때 절을 하자마자 등줄기를 후려갈겼더라면 동산의 콧대를 꺾어버렸을 뿐 아니라 전활(全豁 : 암두) 노장도 제자리를 잡게 했을 것이다" 하였으니, 이는 또 임제가 이르되 "저 늙은 도적아!" 한 것과 같다.

 동산이 이 소식을 전해듣고 이르되 "만일 활공이 아니었더라면 감당해내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한 것에 대하여 불과(佛果)가 착어(着語)하되 "곁의 사람이 안목을 갖추었다" 하였고, 또 이르되 "다만 하나만 알고 둘은 알지 못했다" 하였다. 그러나 만송의 견해는 그렇지 않으니 불과가 이르되 "동산은 곁의 사람이 비록 안목을 갖추기는 했으나 다만 송곳 끝이 뾰족한 것만 보았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불과화상은 비록 안목을 갖추기는 했으나 끌의 끝[鑿頭]이 모난 것은 보지 못했다" 하노라.

 동산은 짐짓 알아듣는 척하면서 암두를 속여 당초에 절을 한 것이 권(權)인가 실(實)인가를 밝히고자 했는데 과연 암두는 불길이 머리 위에 붙은 듯이 급하게 허우적거리면서 이르되 "동산 노장이 좋고 나쁜 것도 모르는구나! 나는 그때 한 손은 들고 한 손은 내렸었더니라" 하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등불을 켜고 밥을 먹었으니 두 집이 분명해진 것이다.

 보지 못했는가? 보녕 용(保寧勇)화상이 송하되 "평지에 달리는 토끼를 보자 날랜 매를 놓는다" 하였는데 이는 문턱에 걸터앉아 물은 것을 송한 것이요, "한 번 쥐어질러 문득 두 눈동자를 씹어 터뜨린다" 하였으니, 이는 덕산이 할을 하매, 암두가 절을 한 것을 송한 것이요, "표독한 손으로 빼앗자마자 딴 사람이 사 간다" 한 것은 동산이 값어치를 매긴 것을 송한 것이요, "그러나 근량(斤兩)이 분명치 않음이야 어쩌랴?" 하였으니, 이는 바로 만송이 말한 내용을 송한 것이다.

 근과 양이 분명하기를 바라는가? 사실은 불과도 만송도 높음과 낮음을 다투지 않노니, 다시 천동이 저울대에 한 번 올리는 것을 보라.

 

송고

 찾아온 상대를 억누르고

 -바람이 불면 풀이 눕는다.

 

 권세의 자루를 독차지했다.

 -병부[符]가 이르면 받들어 행한다.

 

 일에는 반드시 시행해야 할 위엄이 있고

 -부처님의 손은 막을 수 없다.

 

 나라에는 범할 수 없는 영이 있다.

 -누가 감히 마주 서겠는가?

 

 손님이 대접받기를 좋아해서 주인이 교만해졌고

 -아랫사람은 풍화로써 윗사람을 자극하고

 

 임금이 간하는 말을 싫어해서 신하가 편벽해졌다.

 -윗사람은 풍화로써 아랫사람을 교화한다.

 

 암두가 덕산에게 물은 일, 저의가 무엇이었을까?

 -부자가 군사를 일으킨 셈이나

 

 한 손은 들고, 한 손은 내린 것, 그 마음씀을 살필 일이다.

 -창 · 칼을 맞댐을 면치 못했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이 송은 세 사람이 모두가 찾아온 대상을 억누르고, 권세의 자루를 독차지하였지만 암두와 덕산에게만 반드시 시행하는 위엄과 범할 수 없는 영이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손님이 대접받기를 좋아해서 주인이 교만해졌다"는 것은 동산과 암두의 일이요, "임금이 간하는 말을 싫어해서 신하가 아첨꾼이 되었다"는 것은 암두와 덕산의 일이요, 마지막의 두 구는 동산과 암두의 일이니, 이런 형태를 제방에서는 말씀 고르기[揀詁]라 하거니와 물에서 우유를 뽑아내는 아왕(鵝王) 같은 이라야만 천동의 바늘 · 실 다루는 노력[功夫]을 알 것이다.

 암두는 덕산에게 반드시 시행하는 위엄과 범할 수 없는 영이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기개를 꺾지 않고 일단 정의에 따라 절을 했는데 동산은 암두가 발탁[探拔]도 받지 않고 벌점(罰點)도 받지 않고서 자식이 아비의 가업을 이어가듯 하였으되 또한 반드시 행하는 위엄과 범할 수 없는 영을 갖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낚시 끝에다 미끼를 달아서 이르되 "만일 활공이 아니었다면 감당해내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하였으니, 이 어찌 "대접받기를 좋아하다가 주인이 교만해졌고, 간하는 말을 싫어하다가 신하가 아첨꾼이 된 것"이 아니겠는가?

 임제종풍은 '붉은 실로 새끼[索]를 감싼 것과 푸른 옥의 구덩이와 범을 사로잡는 덫으로 복병을 놓아 싸움을 일으킨다'는 것인데, 제방에서는 모두가 이르되 "암두가 '한 손은 들고 한 손은 내린다'고 한 말에 대하여 동산이 잘못 주석을 내렸다" 하거니와, 동산이 한 손은 들고 한 손은 내린 도리가 심히 분명한 줄은 전혀 몰랐다.

 이 도리는 구참납자가 아니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데 요즘 겨우 흰옷을 벗은 한 패거리의 사미승들은 천동의 송에 "한 손은 들고 한 손은 내린다니 그 마음씀을 살필 일이다" 한 것에 대하여 이르되 "선가에서는 남에게 설파(說破)해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가 모두 마음씨의 한 부분인데 짐짓 기교를 부려 학인을 꾄다" 하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한 부분의 마음씀이 곧 한 부분의 자비다" 하노라.

 한 주먹도 맞지 않고, 한 방편도 배우지 않았으니 가히 과일은 꽃에서 얻고 단맛은 쓴 데서 온다 하리로다. 암두의 들고 내린 가풍은 동산이 훔쳐다 썼고, 동산의 들고 내린 가풍은 만송이 설파해버렸도다. 갑자기 누군가가 나와서 절을 한다면 만송은 도리어 그를 놓아버려서 때리지 않으리니, 무슨 까닭일까? 그는 가죽 밑에 피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