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용록 中 제45칙 원각경의 네 구절[覺經四節]
제45칙
원각경의 네 구절[覺經四節]
시중 |
대중에게 보이시다.
현성공안(現成公案)은 다만 금시[現今]에 의거했을 뿐이거니와 본분가풍(本分家風)은 분수 밖을 도모하지 않는다. 만일 구태여 마디와 항목을 내어서 헛되이 공부를 한다면 모두가 혼돈(混沌)에다 눈썹을 그려주는 격이며, 발우(鉢盂)에다 자루를 다는 꼴이다. 어찌하여야 평온해지겠는가?
본칙 |
원각경(圓覺經, 普眼章)에 이르되 "일체 시각에서 망념을 일으키지 않으며,
-아니다.
모든 망심을 쉴려고도 않으며,
-아니다.
망상의 경계에 머무르면서도 알려고도 않으며
-아니다.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을 진실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하였다.
-아니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규봉(圭峰)이 이 단원을 과목치기를 "마음을 잊고 활짝 증득함[忘心頓證]이라" 하고, 또 "마음을 잊고 깨달음에 듦[忘心入覺]이라"고도 하였다.
만송이 네 개의 아니 불(不)자를 더했으니, 이르되 "일어나지 않음, 멸하지 않음, 알지 못함, 분별하지 않음"이다. 이 32자를 제방에서는 병이 된다 하거니와 여기서는 약이 된다. 제방에서 병이 된다고 하는 내용은 망념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니, 어찌 싹을 볶고 씨를 썩인 것이 아니겠는가 함이다. 망심을 멸하지 않는다 하니, 어찌 병을 길러 죽음을 부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함이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하니, 어찌 잠시 있지 않는 것이 마치 송장 같아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함이다. 진실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하니, 이 어찌 불성을 속이고 진여를 가두는 짓이 아니겠는가 함이다.
그렇다면 일러보라. 어떤 것이 네 가지 약인가? 모름지기 천동이라야 배합해낼 것이니, 다음과 같이 송했다.
송고 |
우뚝우뚝하고 당당하며
-다시 추궁하거든 모름지기 공자의 이름을 대라.
태연하고도 자약하다.
-하늘을 찌르는 콧구멍이라.
시끄러운 곳에서는 머리가 어지럽고
-침대가 좁으면 먼저 누워라.
평온한 곳에서는 다리를 뻗는다.
-죽이 묽거든 끝에 앉으라.
발밑의 실이 끊어지면 내가 자유롭고,
-발길에 맡기다보니 창주를 지나왔네.
코끝에 진흙이 다하니, 그대 깎으려 말라.
-피차에 편리함을 찾는구나!
움직거리지 말라.
-이미 뒤틀리는 손이 어지러이 흔들리는데…….
천 년 묵은 종이가 약에 쓰이는 수가 있느니라.
-대단히 신기한 효험이 있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황벽(黃蘗)이 처음으로 백장(百丈)에게 참문하니, 백장이 이르되 "우뚝우뚝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무엇하러 왔는고?" 하니, 황벽이 이르되 "우뚝우뚝하고 당당한 모습은 딴 일을 위함이 아닙니다" 하였으니, "우뚝우뚝하고 당당하며, 태연하고도 자약하다" 한 것은 모두가 대장부의 모습이다.
창칼이 빽빽한 숲에 몸을 던져 곧장 지나가고, 가시덤불 무더기 사이로 손을 흔들면서 걸어간다. 발꿈치 밑에는 5색의 실이 없고, 혀끝 위에는 10자의 관문도 없다. 코끝에는 진흙 흔적이 없고 눈 속에는 금부스러기가 없으니, 그 어찌 안락하고 쾌활한 첨지가 아니겠는가?
천동의 "움직거리지 말라" 한 글자로 만송의 네 개 아니불자와 바꾸어보라. 문득 한 글자 법문이 바다로 먹을 삼아서 써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덕산이 이르되 "일대장교(一大藏敎)는 뒤닦은 휴지쪽이다" 하니, 이미 깨달은 자에게는 쇠가죽을 꿰뚫을까 두려워해서요, "천 년 묵은 종이가 약에 쓰인다" 한 것은 아직 깨닫지 못한 자에게는 눈을 가리는 헛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각(慈覺)이 이르되 "원각과 능엄은 항상 나의 짝이라" 하였거니와 하물며 세존께서 열반에 드신 뒤 경진년(庚辰年)에 이르기까지 2천일백70 년이니, 어찌 천 년 묵은 종이릴 뿐이겠는가?
「선전(仙傳)」에 이르되 "갈유(葛由)는 나무양[木羊] 조각에 능했는데 어느날 조각한 나무양을 타고 수산(綏山)이라는 산엘 올라갔다. 나중에 부구공(浮丘公)을 만났는데 이르기를 '만일 발밑의 실을 끊지 못하면 그대는 자유롭지 못하리라' 했다"고 하였으니, 이는 영가(永嘉)가 이르되 "4대(四大)를 놓아서 잡지 말라. 적멸의 성품 안에서 마음대로 먹고 마시라. 모든 현상은 무상하여 모두가 공하니 그대로가 여래의 대원각(大圓覺)이다" 한 것과 가만히 부합된다.
그러나 아직도 운하범(云何梵)*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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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화종에서 늘 외는 경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