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용록 中 제63칙 조주가 죽음을 묻다[趙州問死]
제63칙
조주가 죽음을 묻다[趙州問死]
시중 |
대중에게 보이시다.
삼성(三聖)과 설봉(雪峰)은 봄의 난초, 가을의 국화와 같고 조주와 투자는 변씨의 옥, 연소왕(燕昭王)의 금과 같다. 눈금 없는 저울대로 양쪽 끝을 평평히 달고 밑 없는 배로써 한 곳으로 건너가니, 이런 두 사람이 만날 때엔 어찌하겠는가?
본칙 |
드노라.
조주가 투자에게 묻되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날 때가 어떠합니까?" 하니,
-염탐하는 장대가 손에 있다.
투자가 이르되 "밤에 다니지 말고 날이 밝거든 가야 합니다" 하였다.
-염탐하는 풀단이 몸을 따라다닌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서주(舒州) 투자산(投子山) 대동(大同)선사가 처음 취미 무학(翠微無學)선사를 뵈러 갔더니, 때마침 당에서 경행을 하고 있었다. 얼른 앞으로 다가서서 예를 올리고 묻되 "조사가 서쪽에서 온 비밀스런 뜻을 화상께서는 어떤 방법으로 납자들에게 보이십니까?" 하니, 취미가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돌아보았다. 투자가 다시 사뢰되 "스님! 지시해주소서!" 하니, 취미가 이르되 "다시 두번째 구정물 뒤집어쓰기를 바라느냐?" 하매, 투자가 활짝 깨달아 절을 하고 물러갔다. 취미가 이르되 "그대는 퇴타[墮]하지 말지니라" 하니, 투자가 대답하되 "때가 되면 뿌리도 싹도 저절로 날 것입니다" 하였다.
다른 날, 우연히 묻되 "어떤 것이 부처의 이치입니까?" 하니, 취미가 대답하되 "부처란 이치가 아니니라" 하였다. 투자가 다시 묻되 "공에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까?" 하니, 취미가 대답하되 "참된 공은 공하지 않는다" 하고는 잇달아 참송(讖頌 : 예언송)을 지었다. "부처의 이치가 어찌 일찍이 이치겠는가? / 참된 공은 또 공하지 않는다 / 대동(大同)은 적주원(寂住院)에 머무르면서 / 우리 스승의 종지를 널리 펴거라" 하였다.
투자는 본고향인 동성(桐城)의 투자산으로 돌아갈 때 동성에서 처음으로 조주와 만나게 된다. 조주가 이르되 "투자암의 주인이 아니신가?" 하니, 투자가 대답하되 "장 볼 돈[茶監錢]이나 한푼 주시구려!" 하고 응수했다. 조주는 먼저 산으로 올라갔고, 투자가 기름병을 들고 뒤따라 올라오니 조주가 이르되 "오래전부터 투자의 소문을 들었는데 와서 보니, 한낱 기름이나 파는 늙은이였군!" 하였다. 투자가 이르되 "그대는 기름 파는 늙은이만 보았지 투자는 알지 못하는구나!" 하니, 조주가 이르되 "어떤 것이 투자인가?" 하였다. 투자가 기름병을 들어보이니, 조주가 "기름이여, 기름이여" 하매, 투자가 찻상을 마련하여 대접하고 몸소 호병(胡餠) 하나를 들어 조주에게 건네 주었다. 조주가 개의치 않으니 투자가 시자로 하여금 호병을 전하게 하매 조주는 시자에게 3배를 하였다. 일러보라. 그의 뜻이 무엇이겠는가?
소주(蘇州) 영광사(永光寺) 진(眞) 선사가 상당하여 이르되 "말의 경위가 틀리면 한 고향이라도 만 리나 어긋나리니, 바로 벼랑에 매달려 두 손을 털고 스스로 긍정하여 알아차려야 한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야 그대를 속일 수 없을 것이다" 하였다. 조주가 이 뜻을 가지고 물었는데 투자가 아니었다면 끝내 대꾸조차 못했을 것을, 그는 이르기를 "밤중에 다니기를 허락치 않노니, 날이 밝거든 가거라" 하였다. 이는 속담에 껍질을 벗기지 말고 흰 버들지팡이를 달라는 것과 같으나 이치로 따진다면 조주가 말한 것과 꼭 같으니, 조주가 이르되 "내가 일찍이 후백(侯白)이었는데 다시 후흑(侯黑)이 있구나!" 하였다.
투자는 이로부터 명성이 퍼지고 대중이 모여들어 위에 주청했는데 예언에 맞추어 적주원(寂住院)이라고 하였다. 백운 단(白雲端)이 송하되 "태어났건 죽었건 어금니가 여전히 드러났는데 / 날 밝으면 떠나라 했거늘 벌써 간 이 있도다 / 뉘집의 별당을 연못 안에 세웠던가 / 한 쌍의 원앙새를 그려내기 어려울네" 하였거니와, 천동이 일필휘지로 그려낸 송을 보기 바란다.
송고 |
겨자씨 성[芥城]과 겁 돌[劫石]로 묘하게 그 시초를 궁구하고
새로이 배운다는 티가 다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산 눈[活眼]은 허공 속에서 끝없는 우주를 꿰뚫어본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니, 그대 속일 수 없을레라.
밤에 다니기를 허용치 않고, 새벽에 가라 했으니
-벌써 길에 나선 꼴이 되었는데…….
집안 소식을 기러기나 고기에게 전할 줄이야!
-벌써 경솔하게 소식을 전했는데…….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지도론(智度論)」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성이 있는데 사방으로 백유순(百由旬)이다. 그 안에 겨자씨를 가득히 채우고, 백 년 만에 겨자씨 한 알씩을 꺼내어 겨자씨가 다하더라도 겁은 다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겁 돌[劫石]이라 함은 범어의 겁파(劫波)니, 번역하면 시간[時分]이다. 「누탄경(樓炭經)」에, 사방이 40리나 되는 커다란 돌 하나가 있는데 백년마다 하늘무리가 얇은 옷을 입고 내려와서 하늘옷으로 돌을 스치고 지나가서 그 돌이 다 닳아 없어져도 겁은 다하지 않는다 하였다. 이것이 겨자씨 성[芥城]과 겁 돌[劫石]이다.
이것은 신훈[今時]이 다하고 도리어 공겁 이전으로 돌아가야 산 눈[活眼]이 트인다는 뜻이다.
허공 속[環中]이라 함은 「장자(莊子)」에 이르기를 "지도리[樞 : 中樞]는 허공 속[環中]의 자리를 찾아야 무궁한 사물에 응할 수 있다" 하였는데 이는 빙글빙글 끝없이 도는 데서 그 복판을 찾는다는 뜻이니 고리 가운데 빈 곳은 체(體)요, 빙글빙글 끝없이 도는 것은 용(用)이다.
「시전(詩傳)」에 이르되 "큰 기러기는 홍(鴻)이요, 작은 기러기는 안(雁)"이라 했다. 서한(西漢)의 사신이 선우(單于)에게 이르되 "천자께서 상림(上林)에서 작은 기러기 한 마리를 쏘아 얻었는데 기러기 다리에 소무(蘇武)가 매어둔 편지가 있었소" 하니, 이로 인해 선우가 감히 속이지를 못했다. 또 한(漢)의 채백개(蔡伯喈)에게 딸이 있었는데 이름은 염(琰)이요, 자는 문희(文姬)였다. 동사(董嗣)라는 이의 아내가 되어 연변리(沿邊理)라는 소임을 맡게 되었으나 남편은 번인(番人 : 흉노)에게 포로가 되고 염은 흉노왕의 왕비가 되었다. 그는 고향생각이 나서 편지를 써 밀탄자[蠟彈]에 넣어 기러기의 목에 달아 날려 보냈다. 기러기가 한나라 지경으로 들어와서 물 마시는 동안 밀탄자가 떨어졌는데 이것을 고기가 삼켰다. 어부가 고기를 잡는데 그 고기가 잡혀 배를 가르자 밀탄자가 나와 그 속의 편지를 보고 염이 있는 곳을 알게 되었다.
이는 "밤에 다니지 말고 새벽에 떠나라" 한 구절을 송한 것이니, 집안의 추태를 퍼뜨리거나 소식을 함부로 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무리 위로 천동(天童)을 가리웠으나 벌써 시자는 "법을 일러주셔서 고맙습니다"고 사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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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익제19칙(請益第十九則)에 참원(漸原)과 보개(寶盖)의 대화에서 보개라는 이름을 빌려, 천동(天童)까지도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고 송하여 가리웠지만 벌써 소식은 새어나갔다는 고일착(高一着)의 평(評). (현장표현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