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용록 下 제78칙 운문의 호떡[雲門餬餅]
제78칙
운문의 호떡[雲門餬餅]
시중 |
대중에게 보이시다.
하늘에 두루 값을 구하면 땅에 가득히 보답을 한다. 백 가지 계교로 경영하여 구해도 한바탕의 허사리니, 진퇴를 알고 길흉[休咎]을 알 자가 있겠는가?
본칙 |
드노라.
어떤 승이 운문(雲門)에게 묻되 "어떤 것이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는 말씀입니까?" 하니,
-이 물음은 너무 건방지구나!
운문이 이르되 "호떡이니라" 하였다.
-하나를 들면 49개가 함께 들린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운문이 상당하여 이르되 "한 말씀 들자마다 천 가지 차별이 궤도를 같이하고, 미진(微塵)을 몽땅 긁어모을지라도 역시 교화의 말씀이다. 만일 진정한 납승이라면 마땅히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만일 조사의 뜻이나 부처의 뜻을 가지고 이 경지를 헤아린다면 조계의 한 가닥 길이 몽땅 침몰하리라. 누군가가 이를 수 있겠는가? 이를 수 있는 자가 있거든 나오라" 하였다. 이에 어떤 승이 묻되 "어떤 것이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는 말씀입니까?" 하였는데, 운문이 이르기를 "호떡이니라" 한 것이다.
승이 다시 이르되 "그것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하니, 운문이 이르되 "분명한데,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하고는, 다시 이르되 "그대는 알았다고 생각치 말라. 어떤 이가 조사의 뜻을 말하는 것을 보면 문득 그에게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는 이야기의 도리'를 묻는데 그대는 무엇을 부처라 하고, 무엇을 조사라 하기에 부처와 조사를 뛰어넘는 이야기를 하고는 문득 삼계를 벗어나는 도리를 묻는가? 그대는 삼계를 가져와보라. 무슨 놈의 견 · 문 · 각 · 지가 그대를 장애하며, 무슨 놈의 성 · 색의 법이 그대로 하여금 알게 하는가? 안다해도 무슨 식은 찻잔 같은 말인가?" 하였다.
또 어떤 승이 묻되 "어떤 것이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는 말씀입니까?" 하니, 운문이 이르되 "포주(蒲州)의 마황(麻黃)과 익주(益州)의 부자(附子)니라" 하였다. 또 이르되 "자, 이리들 오너라. 내가 그대들에게 물으리라. 여러분들이 제각기 주장자를 비스듬히 메고 이르기를 '나는 참선하고 도를 배워서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는 도리를 찾노라' 하는데, 내가 다시 그대들께 묻노니, "하루 24시간 행주좌와하는 가운데와 똥 누고 오줌 눌 때와 나아가서는 뒷간[苑沆]의 구더기떼와 저잣거리에서 염소고기를 파는 도마 위에도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는 도리가 있는가?" 하였다. 불과(佛果)가 이르되 "어떤 이는 일원상을 그리지만 이는 흙 위에 진흙을 더하는 꼴이요, 칼[枷] 위에 족쇄[鎖]를 더하는 격이니라"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만일 칼과 족쇄를 두드려 부술 망치를 찾는다면 천동의 송고(頌古)에서 물으라 하노라.
송고 |
호떡이 부처와 조사를 뛰어넘는 말이라지만
-일대장경도 이 도리는 설명해내지 못했다.
말 속에 맛이 없으니 어떻게 참구하랴?
-어디다 입을 댄다는 말인가?
납승이 어느날 배부른 줄 깨달으면
-호떡과 제호(醍醐)가 독약인 줄을 비로소 알았다.
바야흐로 운문의 얼굴에 부끄러움 없는 줄 알게 되리라.
-운문은 눈 없이도 사람을 본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동산 수초(洞山守初)선사의 지통기송(指通機頌)에 이르되 "동산이 요삭(寥索 : 적막)해서 / 하나도 있을 틈이 없으니 / 맛 없는 말씀은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는다 / 설사 좋은 음식 천 가지가 있다 한들 / 배부른 사람은 좋아하지 않으니 어쩌랴" 하였는데, 만일 아귀가 서로 탐내어 물어뜯듯 하는 자라면 마치 개가 마른 뼈 물어뜯듯 가로로 물고 세로로 뜯다가 마침내 혀를 물어 터뜨리기에 이르러서는 한쪽에 던져두듯이 다시 운문을 만나러 오리니, 만난 뒤엔 어떠한가? 각각 얼굴의 두께가 세 치나 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