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용록 下 제83칙 도오의 간병[道吾看病]
제83칙
도오의 간병[道吾看病]
시중 |
대중에게 보이시다.
온몸에 병이 퍼지니 유마힐도 고치기 어렵지만 약초가 능히 치료하는지라. 문수가 잘 활용했다. 그러나 향상인(向上人)이 참구해서 안락한 곳을 얻는 것만이야 하겠는가. 어떤 것이 안락한 곳인가?
본칙 |
드노라.
위산(潙山)이 도오(道吾)에게 묻되 "어디서 오는가?" 하니,
-온 곳을 분명히 해야지.
도오가 이르되 "간병(看病)을 하다가 왔습니다" 하였다.
-복전(福田) 중에 으뜸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위산이 이르되 "몇 사람이나 병들었던가?" 하니,
-다시 양쪽을 균등히 보기를 요한다.
도오가 이르되 "병들은 자도 있고 병들지 않은 자도 있습니다" 하였다.
-도리어 그대가 둘째의 달[第二月]을 가지고 있다.
위산이 다시 묻되 "병들지 않은 자란 지두타(智頭陀 : 道吾圓智)가 아니겠느냐?" 하니,
-호랑이를 잡는 함정이구나!
도오가 대답하되 "병들거나 병들지 않는데 전혀 간여치 않는 이를 속히 이르시오, 속히 이르시오" 하매,
-박덩굴에게 등덩굴이 도리어 쓰러졌구나!
위산이 이르되 "말할 수 있더라도 역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느니라" 하였다.
-재앙은 조심하는 집에는 들지 못한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담주(潭州) 위산 영우(潙山靈祐) 선사가 23세 때 백장 대지(百丈大智)에게 참문했더니 20년 동안 전좌(典座)의 소임을 맡겼다. 어느날 불씨를 헤치다가 도를 깨달았다. 나중에 화림(華林)과 더불어 정병(淨甁)을 걸고 한 말씀 함으로써 승리하여 위산의 주인이 되니, 연수(連帥) 이경양(李景讓)이 주청하여 동경사(同慶寺)라 사액(賜額)하였고 상국(相國) 배휴(裵休)는 일찍이 현묘한 이치를 물은 적이 있다.
위산이 일찍이 들불[野火]을 보고 도오에게 묻되 "불을 보았는가?" 하니, 도오가 대답하되 "보았습니다" 하였다. 위산이 묻되 "어디서 일어났는가?" 하니, 도오가 이르되 "행주좌와를 제한 경지에서 다르게 한 번 물어주십시오" 하니, 위산이 그만두어버렸다. 불감(佛鑑)이 이를 들고 이르되 "이글거리는 들불이여 / 사람마다 보는데 / 오직 도오만이 / 동떨어지게 보는도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한결같이 모두가 간병하는 사람이지만 도오가 심장, 간장 등 5장을 꿰뚫어보는 것만은 못하다" 하노라. 위산은 방편을 통달한지라 자리를 보아가며 영을 내리되 "설사 말할 수 있더라도 역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느니라" 하였으나, 오직 천동만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곳에서 바야흐로 이르기를 좋아하였다.
송고 |
묘한 약이야 어찌 입을 통한 적이 있으랴!
-삼켜도 들어가지 않고 토해도 나오지 않는다.
신묘한 의원도 손을 대지 못한다.
-어디도 더듬을 곳이 없구나.
있는 듯함이여, 그는 본래 없지 않고
-오직 말만이 천하에 두루했다.
지극히 빔이여, 그는 본래 있지 않았다.
-한 티끌도 보이지 않는다.
멸하지 않았으되 나고
-텅 비어 곡신(谷神) 같아서 항상 죽지 않는다.
없어지지 않았으되 장수한다.
-도가 상제(象帝)보다 앞선지라 스스로 장생한다.
완전히 위음왕불 이전으로 뛰어났고
-펴도 머리까지에는 이르지 못하고
홀로 공겁(空劫)의 뒤까지 걷는다.
-걷어도 꼬리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평정(平正)을 이룸이여, 하늘이 덮고 땅이 받들었으며
-건곤을 쥐어 안정시킨다.
움직여 구름이여, 까마귀[金烏] 날고 토끼[玉兎] 달리도다.
-조화를 주재하도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붉은 실[紅絲]도 맥도 끊어졌고, 병도 약도 모두 없어졌다. 약을 먹으려니 입을 잊은 지 오래되었고, 진맥을 하자니 손을 잊은 지 오래되었다. 이른바 뚫지도 쑤시지도 못하는 병은 화타(華陀)도 손을 들었고 편작(扁鵲)도 눈썹을 찡그린다. 있다고 하자니 온몸이 그림자가 없고, 없다고 하자니 온 세계에 두루해서 감출 곳이 없다.
제조(齊朝) 때, 담란(曇鸞)법사가 선경(仙經) 10권을 얻었는데 나중에 보리유지(菩提流支) 삼장을 만나 묻되 "불법에도 이 땅의 선방(仙方)보다 우수한 장생불사 법이 있는가?" 하니, 삼장이 땅에다 침을 뱉고는 대답하되 "이 땅에 어찌 장생하는 법이 있겠는가? 설사 수명을 늘릴 수 있다 하여도 보(報)가 다하면 다시 떨어진다" 하였다. 그리고는 품에서 「무량수경」과 「16관경」을 꺼내 주니, 담란이 받아 보고는 이르되 "이 큰 선방은 항상 해탈을 얻어 영원히 생사에서 벗어나게 한다" 하였다.
「능엄경」에는 열 가지 신선이 보(報)가 다하면 다시 와서 여러 갈래에 들어간다 하였고, 노자는 이르되 "죽어서 없어지지 않는 자는 장수한다" 하였다. 소동파가 불인(佛印)선사에게 바치는 시에 이르되 "오래 사는 법을 배울 겨를이 없으니 / 우선 오래도록 죽지 않는 법을 배우라" 하였다. "완전히 위음왕불 이전으로 뛰어났다" 함은 하늘보다 먼저여서 이미 이루어졌다는 것이요, "홀로 공겁의 뒤까지 걷는다" 함은 하늘보다 뒤여서 이미 무너졌으되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정을 이룸이여, 하늘이 덮고 땅이 받들었으며, 움직여 구름이여, 까마귀 날고 토끼 달리도다" 한 것은 이들 전체의 작용으로서 용을 거두어 체로 돌아가는 도리이다. 고요함은 천지의 근본이요, 움직임은 성현의 마음에 부합되나니, 이러한 화두를 알겠는가? 묘정원명(妙淨圓明)의 눈을 떠서 길상안락(吉祥安樂)한 사람을 알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