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종용록從容錄

종용록 下 제100칙 낭야의 산하[瑯琊山河]<終>

쪽빛마루 2016. 6. 5. 09:17

제100칙

낭야의 산하[瑯琊山河]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한 말씀에 나라를 일으키기도 하고, 한 말씀에 나라를 망하게도 하거니와 이 약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어진 이가 보면 어질다 하고 지혜로운 이가 보면 지혜롭다 하나니 일러보라, 이해가 어디에 있는가?

 

본칙

 드노라.

 어떤 승이 낭야 각(瑯琊覺) 화상에게 묻되 "본래 청정하다면 어찌하여 홀연히 산하대지가 생겼습니까?" 하니,

 -미혹할 때에 삼계가 있기 때문이다.

 

 낭야가 이르되 "본래 청정하거늘 어찌하여 산하대지가 생겼는가?" 하였다.

 -깨달은 뒤에는 시방이 공하기 때문이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분양(汾陽) 무덕 선소(無德善昭)선사는 몹시 추운 북쪽에 살았는데 어느날 야참(夜參)이 끝나자 범승(梵僧)이 구름을 타고 와서 전하되 "때를 놓치지 마소서. 이 대중이 비록 많지는 않으나 여섯 사람이 큰 법기(法器)여서 도덕이 인간과 하늘을 덮을 것입니다" 하였다.

 이튿날 분양이 상당하여 이르되 "호승(胡僧)의 금빛 석장 빛이 / 법을 위해 분양에 이르렀네 / 여섯 사람이 법기를 이룬다며 / 나에게 설법하기를 청하네" 하였다. 이때 대우 지(大愚芝), 자명 원(慈明圓), 낭야 각(瑯琊覺), 법화 거(法華擧), 천승 태(天勝泰), 석상 영(石霜永) 등이 모두 이 회상에 있었다. 이중 저주(滁州) 낭야산 개화(開化) 광조(廣照 : 瑯琊覺의 諡)선사의 휘는 혜각(慧覺)이니, 서락(西洛)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형양(衡陽)의 태수였는데 관직을 버리고 포대기[襯]를 안고 서락으로 돌아오다가 풍주(澧州)를 지날 때 약산(藥山)의 옛 절에 올라 참배하였다. 도량을 구경하노라니 완연히 옛집과 같이 느껴지매 이로 인해 출가하여 분양에게 법을 얻고 저수(滁水) 지방에서 교화에 힘썼다. 설두 명각(雪竇明覺)과 동시에 도를 폈으므로 천하 사람들은 두 감로문(甘露門)이라 불렀으니 지금도 회남(淮南) 지방에 남은 유적이 옛날과 같다.

 호남(湖南)의 기림(祇林)화상은 매양 납승이 오는 것을 보면 문득 이르되 "마가 온다, 마가 온다" 하고는 목검(木劍)으로 휘두르고는 방장으로 숨어들어갔다. 이렇게 하기를 12년 동안 하고는 목검을 놓아두고 다시는 말이 없으니, 어떤 승이 묻되 "12년 전에는 어찌하여 마를 항복시키셨습니까?" 하니, 기림이 이르되 "도적은 가난한 집을 털지 않느니라" 하였다. 승이 다시 묻되 "12년 뒤에는 어찌하여 마를 항복시키지 않으십니까?" 하니, 기림이 이르되 "도적은 가난한 집을 털지 않느니라" 하였으니, 이를 일러 한 검 밑에 몸을 나누는 것이라 한다.

 「수능엄경」 제4권에 부루나(富樓那)가 묻되 "만일 세간의 온갖 근(根) · 진(塵) · 음(陰) · 처(處) · 계(界) ·등이 모두가 여래장이어서 본래 청정하다면 어찌하여 홀연히 산하대지와 모든 유위의 모습이 생겨서 차례로 변천하며 마쳤다가 다시 시작합니까?" 하였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말하되 "만일 이해했다면 각(覺)의 바탕은 본래 묘하고 무명은 본래 공하며, 산하대지는 허공의 꽃 같음을 이미 알았을 것이요, 만일 미혹했다면 능과 소를 허망되게 나누고 억지로 깨달음이 일어나자 3세(三細)가 생겨 세(世)를 이루고 4륜(輪)이 생겨 계(界)를 이룬다" 하였는데, 낭야는 이르되 "나는 그렇지 않으니, '본래 청정하거늘 어찌하여 갑자기 산하대지가 생겼는가' 한다면, 이는 도적의 말을 타고 도적을 따라가서 도적의 창을 빼앗아 도적을 죽인다 하리라" 하였고, 천복 신(薦福信)은 이르되 "먼저 간 이는 아직 이르지 못했고 나중에 온 이는 너무 지나쳤다" 하였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서씨(徐氏)에 여섯, 아들이 제각기 널[板]을 메고 가는데 제각기 한쪽만 보는구나" 하노라. 소견의 삐뚤어짐을 제거하려면 천동의 솜씨를 보아야 할 것이다.

 

송고

 있다고도 보고 없다고도 보며

 -갖가지 밀가루국수는

 

 손을 엎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니

 -사람이 만들기에 달렸다.

 

 낭야산 안의 사람이여,

 -합장하면서 이르되 "혜각이요" 하지!

 

 구담(瞿曇)에게 뒤지는 사람은 되지 않는다.

 -한 말씀으로 사람을 죽이고 천 개의 칼로 배를 휘젓는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있다고 보자니 있음이 아니라 그 있음이 저절로 없어지고 괴이하게 보자니 괴이함이 아니어서, 그 괴이함이 스스로 무너진다. 「마하연론(摩訶衍論)」은 14조 용수(龍樹)조사께서 지으신 것인데, 거기에 이르되 "온갖 법은 온갖 인연 때문에 있게 되고 온갖 법은 온갖 인연 때문에 없어진다 하였으니, 이것은 손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는 것이다.

 낭야가 상당하여 이르되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이 모두가 생사의 원인이요, 보고 듣고 느끼도 아는 것이 모두가 해탈의 근본이니, 비유하건대 사자(師子)가 동 · 서 · 남 · 북으로 돌을 되던질 줄은 아나 아직 결정된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 같다. 그대들이 만일 알지 못하겠거든 석가노인을 저버리지나 말라. 흠[吽]! 했으니, 이것이 구담에게 뒤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구담은 범어니 제대로 하면 교답마(喬答摩)며 번역하면 지승(地勝)이니 하늘을 제외한 땅 위의 인간 가운데서는 가장 수승하기 때문이다. 지금 마지막 5백 세에 해당하니 성현과 떨어진 시간은 멀고 사람들은 게으름이 많으니, 어찌해야 뒤떨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고금(古今)을 찢어버리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