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 돈오입도요문론(頓悟入道要門論) 31~37.
31. 부진유위(不盡有爲)며 부주무위(不住無爲)
"불법은 유위(有爲)에도 다하지 아니하고 무위(無爲)에도 머물지 아니한다 하니 어떤 것이 유위에도 다하지 아니하고 무위에도 머물지 아니하는 것입니까?"
"유위에도 다하지 아니한다 함은 처음 발심으로부터 드디어 보리수 아래에서 등정각을 이루시고 마침내 쌍림에 이르러 열반에 드실 때까지 그 가운데 일체법을 모두 다 버리지 않음이 곧 유위(有爲)에도 다하지 아니한 것이니라. 무위(無爲)에도 머물지 아니한다 함은 비록 무념을 닦는다 할지라도 무념으로써 증함을 삼지 않으며, 비록 공을 닦으나 공으로써 증함을 삼지 않으며, 비록 보리 · 열반 · 무상 · 무작을 닦으나 무상 · 무작으로써 증함을 삼지 않음이 곧 무위에도 머물지 아니하는 것이니라."
問 佛法은 不盡有爲며 不住無爲하니 何者是不盡有爲며 何者是不住無爲오
答 不盡有爲者는 從初發心으로 至菩提樹下成等正覺하야 後至雙林入般涅槃히 於中에 一切法을 悉皆不捨卽是不盡有爲也오 不住無爲者는 雖修無念이나 不以無念으로 爲證하며 雖修空이나 不以空爲證하며 雖修菩提涅槃無相無作이나 不以無相無作으로 爲證이 卽是不住無爲也니라.
32. 지옥유무(地獄有無)
"지옥이 있읍니까, 지옥이 없읍니까?"
"있기도 하고 또한 없기도 하느니라."
"어째서 있기도 하고 또한 없기도 합니까?"
"마음을 따라 짓는 바 일체 악업이 곧 지옥이 있음이요, 만약 마음이 물들지 아니하면 자성이 공한 까닭에 곧 지옥이 없느니라."
問 爲有地獄가 爲無地獄가
答 亦有亦無니라.
問 云何亦有亦無오
答 爲隨心所造一切惡業이 卽有地獄이요 若心無染하면 自性이 空故로 卽無地獄이니라.
33. 중생(衆生)과 불성(佛性)
"죄를 지은 중생도 불성이 있읍니까?"
"또한 불성이 있느니라."
"이미 불성이 있을진댄 바로 지옥에 들어갈 때에 불성도 함께 들어갑니까?"
"함께 들어가지 않느니라."
"바로 지옥에 들어갈 때에 불성은 다시 어느 곳에 있읍니까?"
"또한 함께 들어가느니라."
"이미 함께 들어갈진댄 지옥에 들어갈 때 중생이 죄를 받음에 불성도 또한 함께 죄를 받습니까?"
"불성이 비록 중생을 따라 함께 지옥에 들어가지만 중생이 스스로 죄의 고통을 받는 것이요 불성은 원래 고통을 받지 않느니라."
"이미 함께 지옥에 들어갔을진댄 무엇 때문에 지옥고를 받지 아니합니까?"
"중생이란 모양[相]이 있음이니 모양이 있는 것은 이루어지고 무너짐이 있음이요, 불성이란 모양이 없음이니 모양이 없는 것은 곧 공한 성품이니라. 그러므로 진공의 성품은 무너짐이 없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허공에 땔 나무를 쌓으면 땔 나무는 스스로 무너지나 허공은 무너지지 않음과 같으니 허공은 불성에 비유하고 땔 나무는 중생에 비유한 것이니, 그러므로 함께 들어가나 함께 받지 않는다고 하느니라."
問 受罪衆生도 有佛性否아
答 亦有佛性이니라.
問 旣有佛性인댄 正入地獄時에 佛性도 同入否아
答 不同入이니라.
問 正入之時에 佛性이 復在何處오
答 亦同入이니라.
問 旣同入인댄 正入時衆生이 受罪에 佛性도 亦同受罪否아
答 佛性이 雖隨衆生同入이나 是衆生이 自受罪苦요 佛性은 元來不受니라.
問 旣同入인댄 因何不受오
答 衆生者는 是有相이니 有相者는 卽有成壞요 佛性者는 是無相이니 無相者는 卽是空性也라 是故로 眞空之性은 無有壞者니라 喩如有人이 於空에 積薪하면 薪自受壞요 空不受壞也니 空喩佛性이오 薪喩衆生이니 故로 云同入而不同受也니라.
34. 삼신사지(三身四智)
"팔식을 굴려서 네 가지 지혜를 이루며 네 가지 지혜를 묶어서 삼신(三身)을 이룬다 하니, 몇 개의 식이 한 지혜를 함께 이루며 몇 개의 식이 한 지혜를 홀로 이루는 것입니까?"
"눈 · 귀 · 코 · 혀 · 몸의 이 다섯 식이 함께 성소작지를 이루고, 제육식은 의식이니 홀로 묘관찰지를 이루고, 제칠심식은 홀로 평등성지를 이루며, 제팔함장식은 홀로 대원경지를 이루느니라."
"이 네 가지 지혜는 각각 다른 것입니까, 같은 것입니까?"
"본체는 같으나 이름이 다르니라."
"본체가 이미 같을진댄 어째서 이름이 다르며 이미 일을 따라 이름을 세울진댄 바로 하나의 본체일 때에 어떤 것이 대원경지입니까?"
"담연히 공적하여 둥글고 밝아 움직이지 아니함이 곧 대원경지요, 능히 모든 육진에 대하여 사랑함과 미움을 일으키지 않음이 곧 두 가지 성품이 공함이니 두 가지 성품이 공함이 곧 평등성지요, 능히 모든 육근의 경계에 들어가 잘 분별하되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아니하고 자재를 얻음이 곧 묘관찰지요, 능히 모든 육근으로 하여금 일을 따라서 응용하여 모두 정수(正受)에 들어가서 두 가지 모양이 없음이 곧 성소작지니라."
"네 가지 지혜[四智]를 묶어서 세 가지 몸[三身]을 이룬다 함은 몇 개의 지혜가 함께 한 몸을 이루며 몇 개의 지혜가 홀로 한 몸을 이룹니까?"
"대원경지는 홀로 법신을 이루고, 평등성지는 홀로 보신을 이루며 묘관찰지와 성소작지는 함께 화신을 이루니, 이 세 가지 몸도 또한 거짓으로 이름을 세워 분별하여 다만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보게한 것이니라. 만약 이 이치를 확실히 알면 또한 삼신의 응용이 없느니라. 왜냐하면 본체의 성품은 모양이 없어서 머물음이 없는 근본을 좇아서 서니 또한 머물음이 없는 근본도 없느니라."
問 轉八識成四智하며 束四智成三身이라하니 幾箇識이 共成一智며 幾箇識이 獨成一智오
答 眼耳鼻舌身의 此五識이 共成成所作智요 第六이 是意니 獨成妙觀察智요 第七心識은 獨成平等性智요 第八含藏識은 獨成大圓鏡智니라.
問 此四智爲別가 爲同가
答 体同名別이니라.
問 体旣同인댄 云何名別이며 旣隨事立名인댄 正一体之時에 何者是大圓鏡智오
答 湛然空寂하야 圓明不動이 卽大圓鏡智요 能對諸塵하야 不起愛憎이 卽是二性空이니 二性空이 卽平等性智요 能入諸根境界하야 善能分別하되 不起亂想而得自在가 卽是妙觀察智요 能令諸根으로 隨事應用하야 悉入正受하야 無二相者卽是成所作智니라.
問 束四智成三身者는 幾箇智共成一身이며 幾箇智獨成一身고
答 大圓鏡智는 獨成法身이요 平等成智는 獨成報身이요 妙觀察智與成所作智는 共成化身이니 此三身은 亦假立名字分別하야 只令未解者看이라 若了此理하면 亦無三身應用이니 何以故오 爲体性이 無相하야 從無住本而立하야 亦無無住本이니라.
35. 불진신(佛眞身)
"어떤 것이 부처님의 참된 몸을 보는 것입니까?"
"있음과 없음을 보지 아니하는 것이 부처님의 참된 몸을 보는 것이니라."
"어째서 있음[有]과 없음[無]을 보지 않음이 부처님의 참된 몸[眞身]을 보는 것입니까?"
"있음[有]은 없음[無]으로 인해서 서고, 없음[無]은 있음[有]으로 인해서 나타나느니라. 본래 있음을 세우지 아니하면 없음[無]도 또한 존재하지 아니하니 이미 없음[無]이 존재하지 않는데 있음[有]을 어디서 얻을 수 있으리오. 있음과 없음이 서로 인해서 비로소 있으니 이미 서로 인해서 있으니 모두가 생멸이니라. 다만 이 두 견해를 떠나면 곧 부처님의 참된 몸을 보는 것이니라."
"다만 있음[有]과 없음[無]도 오히려 서로 건립하지 못하거늘 부처님의 진신[眞身]이 다시 무엇을 좇아서 설 수 있읍니까?"
"물음이 있기 때문이니, 만약 묻지 않을 때엔 진신의 이름도 서지 못하느니라. 왜냐하면 비유컨대 밝은 거울이 만약 물건의 모양을 대할 때는 모양이 나타나나 만약 모양을 대하지 않을 때는 마침내 모양을 볼 수 없음과 같으니라."
問 云何是見佛眞身고
答 不見有無卽是見佛眞身이니라.
問 云何不見有無卽是見佛眞身고
答 有因無立이요 無因有顯이라 本不立有면 無亦不存이니 旣不存無라 有從何得이리오 有之與無 相因始有하니 旣相因而有일새 悉是生滅也라 但離此二見하면 卽是見佛眞身이니라.
問 只如有無도 尙不可交建立이어늘 眞身이 復從何而立고
答 爲有問故니 若無問時엔 眞身之名도 亦不可立이니라 何以故오 譬如明鏡이 若對物像時엔 卽現像하나 若不對像時엔 終不見像이니라.
36. 항상 부처님을 떠나지 아니함(常不離佛)
"어떤 것이 항상 부처님을 떠나지 아니하는 것입니까?"
"마음에 일어나고 사라짐이 없고 경계를 대하여는 고요하여 어느 때나 필경 공적하면 이것이 곧 항상 부처님을 떠나지 아니함이니라."
問 云何是常不離佛고
答 心無起滅하고 對境寂然하야 一切時中에 畢竟空寂하면 卽是常不離佛이니라.
37. 무위법(無爲法)
"어떤 것이 무위법(無爲法)입니까?"
"유위법(有爲法)이니라."
"지금 무위법을 물었거늘 어째서 유위라고 대답하십니까?"
"있음[有]은 없음[無]으로 인해서 서고 없음[無]은 있음[有]으로 인해서 나타나느니라. 본래 있음[有]을 세우지 아니하면 없음[無]은 어디서 날 것인가? 만약 참된 무위(無爲)를 논할진댄 곧 유위(有爲)도 취하지 아니하고 또한 무위도 취하지 아니함이 참된 무위법이니라. 왜냐하면 경에 이르기를 '만약 법의 모양을 취하면 곧 아상과 인상에 집착하고 만약 법의 모양 아닌 것을 취하여도 곧 아상과 인상에 집착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마땅히 법도 취하지 말고 법 아님도 취하지 말라'고 하시니 이것이 곧 참된 법을 취함이니라. 만약 이 이치를 밝게 알면 곧 참된 해탈이며 둘 아닌 법문을 아는 것이니라."
問 何者是無爲法고
答 有爲是니라.
問 今問無爲法이어늘 因何答有爲是오
答 有因無立이요 無因有顯이라 本不立有면 無從何生고 若論眞無爲者인댄 卽不取有爲며 亦不取無爲 是眞無爲法也니라 何以故오 經云 若取法相하면 卽著我人이요 若取非法相하야도 卽著我人이니 是故不應取法이며 不應取非法이라 하니 卽是取眞法也니라 若了此理하며 卽眞解脫이며 卽會不二法門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