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 돈오입도요문론(頓悟入道要門論) 42~47.
42. 중생자도(衆生自度)
"이 논(論)은 믿음이 없는 이에게는 전하지 말며 오직 견해가 같고 행함이 같은 이에게 전할 것이요, 마땅히 앞 사람이 참으로 신심이 있어 감당하여 물러가지 않는 사람인가를 관찰할 것이니, 이러한 사람을 위해 설명하고 보이어서 깨닫도록 해야 하느니라. 내가 이 논을 지은 것은 인연 있는 사람을 위함이요 명리를 구하고자 함이 아니니라. 다만 모든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 천가지 경 만가지 논은 중생이 미혹하기 때문에 마음과 행동이 한결같지 아니하여 삿됨을 따라 대응하여 설명한 것이므로 곧 여러 차별이 있으나, 구경해탈의 이치를 논하는 경우 일진댄 다만 일이 다가와도 받지 아니하고 일체처에 무심하여 영영 고요함이 마치 허공과 같아서 필경에 청정하여 자연해탈이니라. 너희들은 헛된 이름을 구하여 입으로는 진여를 말하되 마음은 원숭이와 같아서는 안되느니라. 곧 말과 행동이 서로 어긋나서 스스로 속임이라 하나니, 마땅히 악도에 떨어지느니라. 한 세상의 헛된 이름과 쾌락을 구하지 말라. 모르는 사이에 억겁의 재앙을 받게 되는 것이니 힘쓰고 힘쓸지니라. 중생이 스스로 제도함이요 부처님이 능히 제도하지 못하나니, 만약 부처님이 능히 중생을 제도할 때엔 과거 모든 부처님이 티끌 수와 같아서 일체 중생을 모두 제도하여 마쳤을 것이어늘, 무엇 때문에 우리들은 지금까지 생사에 유랑하며 성불하지 못하였는가? 중생이 스스로 제도함이요 부처님이 능히 제도하지 못함을 마땅히 알라. 노력하고 노력하여 스스로 닦아서 다른 부처님의 힘을 의지하지 말지니, 경에 이르기를 '무릇 법을 구하는 자는 부처에 집착하여 구하지 말라'고 하였느니라."
此論은 不傳無信이오 唯傳同見同行이니 當觀前人이 有誠信心하야 堪任不退者니 如是之人은 乃可爲說하야 示之令悟니라 吾作此論은 爲有緣人이요 非求名利니라. 只如諸佛所說千經萬論은 只爲衆生이 迷故로 心行不同하야 隨邪應說하야 卽有差別이나 如論究竟解脫理者인댄 只是事來不受하고 一切處無心하야 永寂如空하야 畢竟淸淨하야 自然解脫이니라 汝莫求虛名하야 口說眞如하되 心似猿猴하라 卽言行이 相違하야 名爲自誑이니 當墜惡道니라 莫求一世虛名快樂하라 不覺長劫受殃이니 努力努力이어다 衆生이 自度요 佛不能度니 若佛能度衆生時엔 過去諸佛이 如微塵數하야 一切衆生을 總應度盡이어늘 何故로 我等은 至今流浪生死하야 不得成佛고 當知衆生이 自度요 佛不能度니라 努力努力自修하야 莫倚他佛力이니 經云 夫求法者는 不著佛求라 하니라.
43. 동처부동주(同處不同住)
"내세에 있어서는 잡된 배움의 무리가 많을 것인데 어떻게 함께 살겠읍니까?"
"다만 그 빛을 온화하게 할 뿐이요, 그 업은 같이하지 말지니 장소는 같이하나 같이 살지는 아니 하느니라. 경에 이르기를 '흐름을 따르나 성품은 항상하다'고 하였느니라. 다만 도를 배우는 사람은 스스로 일대사인연인 해탈의 일을 위할지니, 아울러 처음 배우는 사람을 업신여기지 말고 부처님 같이 공경하고 배우며, 자기의 덕을 높이고 남의 능력을 질투하지 말며, 자기의 행동을 살피고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들춰내지 아니하면, 일체처에 있어서 방해되고 장애됨이 전혀 없어 자연히 쾌락한 것이니라.
거듭 게송을 설하여 말하리라.
인욕이 첫째 가는 도라
먼저 아인심을 없앨지니
일이 옴에 받는 바 없으면
참다운 보리의 몸이니라."
問 於來世中에 多有雜學之徒이니 云何共住오
答 但和其光이오 不同其業이라 同處不同住니 經云 隨流而性常也라 하니라 只如學道者는 自爲大事因緣解脫之事니 俱勿輕末學하야 敬學如佛하며 不高己德하고 不疾彼能하며 自察於行하고 不擧他過하면 於一切處에 悉無妨礙하여 自然快樂也니라. 重說偈云 忍辱이 第一道라 先須除我人이니 事來에 無所受하야 卽眞菩提身이로다.
44. 일체처(一切處)에 무심(無心)
"「금강경」에 이르기를 '보살이 아법(我法)이 없는 사람은 여래가 참다운 보살이라'고 말씀하시며, 또 '취하지도 아니하고 버리지도 아니하여 영원히 생사를 끊어서 일체처에 무심하면 곧 모든 부처님의 아들이다'고 하였느니라. 「열반경」에 이르기를 '여래가 열반을 증득하여 영원히 생사를 끊었다'고 하였느니라.
게송으로 말하노라.
'나는 지금 뜻이 매우 좋아서
남이 욕할 때도 괴로움이 없고
말없이 시비를 말하지 않나니
열반과 생사가 같은 길이로다.
내 집의 근본 종지를 사무쳐 알아
본래로 푸르고 검은 분별이 없나니
일체 망상의 분별은
세상 사람이 밝게 알지 못함임을 알지니라.
말세의 범부에게 이르노니
마음 가운데 우거진 풀을 없애 버려라.
내 지금 뜻이 크게 넓어서
말하지 않고 일 없어 마음이 편안하나니
종용하여 자재해탈이라
동서 어디를 가나 쉬워 어렵지 않도다.
종일토록 말 없이 적막하여
생각 생각에 이치를 향해 생각하노니
자연히 소요하여 도를 보아
생사와 결정코 상관치 않는도다.
내 지금 뜻이 몹시 기특하여
세상의 침해와 속임에 향하지 않음이라
영화는 모두 헛된 속임수이니
헤진 옷 거친 음식으로 굶주림을 채우는도다.
길에서 세상 사람을 만나 말하기를 게을리하니
세상 사람들은 모두 나를 바보라 하네.
겉으로는 질린 듯 암둔해 보이나
마음 가운데는 밝기가 유리같아서
라후라의 밀행에 묵묵히 계합하나니
너희 범부들이 알 바 아니로다.
내 너희들이 참 해탈의 이치를 알지 못할까 두려워서 거듭 너희들에게 말해 보이노라."
金剛經云 菩薩이 無我法者는 如來說名眞是菩薩이라 又云 不取卽不捨하야 永斷於生死하야 一切處에 無心하면 卽名諸佛子니라 涅槃經云 如來證涅槃하야 永斷於生死라 하니라. 偈曰 我今意況大好하야 他人罵時無惱하며 無言不說是非하야 涅槃生死同道로다. 識達自家本宗하야 猶來無有靑皁하니 一切妄想分別은 將知世人不了로다. 寄言凡夫末代하노니 除却心中藁草하라 我今意況大寬하야 不語無事心安하니 從容自在解脫이라 東西去易不難이로다. 終日無言寂寞하야 念念向理思看하니 自然逍遙見道하야 生死定不相干이로다. 我今意況大奇하야 不向世上侵欺라 榮華總是虛誑이니 弊衣麤食充飢로다. 道逢世人懶語하니 世人咸說我癡라 外現瞠瞠暗鈍이요 心中明若瑠璃하야 默契羅睺密行하니 非汝凡夫所知로다. 吾恐汝等이 不會了眞解脫理일새 再示汝等하노라.
45. 필경정(畢竟淨)
"「유마경」에 이르기를 '정토를 얻고져 할진댄 마땅히 그 마음을 깨끗이 하라'고 하시니 무엇이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입니까?"
"필경 청정으로 깨끗함[淨]을 삼느니라."
"어떤 것이 필경 청정으로 깨끗함을 삼는 것입니까?"
"깨끗함도 없고 깨끗함이 없음도 없음이 곧 필경 깨끗함이니라."
"어떤 것이 깨끗함도 없고 깨끗함이 없음도 없는 것입니까?"
"일체처에 무심함이 깨끗함이니 깨끗함을 얻었을 때에 깨끗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음이 곧 깨끗함이 없음이며, 깨끗함이 없음을 얻었을 때에 또한 깨끗함이 없다는 생각도 하지 않음이 곧 깨끗함이 없음도 없는 것이니라."
問 維摩經云 欲得淨土인댄 當淨其心이라 하니 云何是淨心고
答 以畢竟淨으로 爲淨이니라.
問 云何是畢竟淨으로 爲淨고
答 無淨無無淨이 卽是畢竟淨이니라.
問 云何是無淨無無淨고
答 一切處無心이 是淨이니 得淨之時에 不得作淨想이 卽名無淨也며 得無淨時에 亦不得作無淨想이 卽是無無淨也니라.
46. 필경증(畢竟證)
"도를 닦는 사람은 무엇으로 증함을 삼습니까?"
"필경 증함으로 증함을 삼느니라."
"어떤 것이 필경 증함입니까?"
"증함이 없음과 증함이 없음도 없음이 필경 증함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증함이 없음이며 어떤 것이 증함이 없음도 없는 것입니까?"
"밖으로 색과 소리 등에 물들지 아니하고 안으로 망념의 마음을 일으키지 아니하여 이렇게 얻은 것을 곧 증함이라고 함이니, 증함을 얻었을 때에 증득했다는 생각도 하지 않음이 곧 증함이 없음이며 증함이 없음을 얻었을 때에 또한 증함이 없다는 생각도 하지 아니함이 곧 증함이 없음도 없다고 하는 것이니라."
問 修道者는 以何爲證고
答 畢竟證이 爲證이니라.
問 云何是畢竟證고
答 無證無無證이 是名畢竟證이니라.
問 云何是無證이며 云何是無無證고
答 於外에 不染色聲等하고 於內에 不起妄念心하야 得如是者는 卽名爲證이니 得證之時에 不得作證想이 卽名無證也며 得此無證之時에 亦不得作無證想이 卽名無無證也니라.
47. 진해탈(眞解脫)
"어떤 것이 해탈한 마음입니까?"
"해탈한 마음도 없고 또한 해탈한 마음이 없음도 없음이 곧 참 해탈이니라. 경에 이르기를 '오히려 법도 마땅히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법 아닌 것이리오' 하였으니 법이란 있음[有]이요 법 아님이란 없음[無]이니, 다만 있음과 없음[有無]을 취하지 아니하면 곧 참 해탈이니라."
問 云何解脫心고
答 無解脫心하며 亦無無解脫心이 卽名眞解脫也니 經云 法尙應捨은 何況非法也이리오 하니 法者는 是有요 非法은 是無也니 但不取有無하면 卽眞解脫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