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엮으며 <終>
책을 엮으며
「선림보전(禪林寶典)」을 내게 되기에는 성철 큰스님의 당부의 말씀이 계셨읍니다.
"조계종이 선종을, 그 가운데에서도 임제종을 표방하면서도 올바른 선종 사상을 정립하지 못하였을 뿐더러 소의어록집(所依語錄集) 한 권도 제대로 갖추기 못하고 있음이 종단의 현실이다. 그러니 선림고경총서를 간행하는 이 기회에, 소의어록집 한 권을 만들어 유포시킴으로써, 선종의 바른 사상을 확립하고 누구나 수행의 바른 길을 걸어가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소의어록집을 이름하여 「선림보전(禪林寶典)」이라 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선림보전」을 선림고경총서 제1권으로 출판하게 되었읍니다.
이 책은 그 내용이
제1권에 큰스님께서 편집하신 '돈황본단경' 전편,
제2권에 '돈오입도요문',
제3권에 '전심법요',
제4권에 '신심명',
제5권에 '증도가',
로 꾸며져 있으며, 그들의 전문(全文)을 한글과 한문의 대역으로 수록하였읍니다. 마땅히 '임제록'도 포함시켜야 하겠지만, 지면 관계로 따로이 엮기로 하였읍니다.
전편에 걸쳐 한문 원문에 토를 달아 뜻을 밝히는 작업은 큰스님께서 손수 하셨고, 한글 번역은 큰스님의 구술을 옮긴 것인데, '전심법요'만은 시자인 원융스님이 큰스님께 여쭈면서 번역하였읍니다.
'돈오입도요문론'과 '신심명' 및 '증도가'는 이미 같은 이름으로 큰스님의 강설집이 출판되어 있읍니다만, 여기서는 강설 없이 원문의 번역문만을 실었읍니다.
"이 「선림보전」에서 가르침을 펴고 있는 조사 스님들의 말씀을 잘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오늘날 '견성하면 곧 부처'라는 선종의 근본사상을 잘못 받아들임으로써 비롯된, 교가적(敎家的)인 알음알이로 선(禪)과 교(敎)를 혼동하는 종문의 뿌리깊은 병폐를 시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살불살조(殺佛殺祖)하는 임제종의 종풍을 드날릴수 있을 것이다"
고, 큰스님께서는 자못 기대가 크십니다.
그러므로 이 「선림보전」을 가까이 함으로써 선종의 바른 종취를 터득하고 수행하여 '땅을 쓸고 향을 사루는 일'이 바로 한가한 도인의 살림살이임을 깨친다면 얼마나 더없는 다행이겠읍니까?
여러 분들의 경책과 격려 속에서 선림고경총서 및 성철큰스님법어집의 간행이 순조롭고, 이 법어집들을 가까이하는 모든 이들이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광명 속에서 날마다 새로운 날을 맞게 되기를 발원합니다.
佛紀 2532年 四月 初八日
圓澤 和南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