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설봉록雪峰錄

4. 설봉진각대사 게송 및 서문

쪽빛마루 2016. 7. 14. 03:59

4. 설봉진각대사 게송 및 서문

    (雪峰眞覺大師偈頌 並 序)

 

 대사께서 처음 설봉산에 머물러 주지를 시작했을 때부터 현묘한 기틀이 활짝 열려 청정한 대중이 모두 모여들었다. 그리하여 함통(咸通) 연간에서 광화(光化) 연간까지 종문의 가르침을 천명한 일은 온 나라 사람들이 다 들어 알고 있기에 여기 기록하지 않는다.

 그 분께서 간혹 인연을 만나 게송을 지었거나 어떤 일로 해서 초안해 둔 글이 있다. 그런데 그것은 오직 깊고 묘한 도를 열어보이려 한 것이지 결코 음률에 얽매이지 않았으니, 이것이야말로 "말은 화려하나 그 뜻은 비밀스럽고, 말은 간단하지만 그 이치는 깊다"고 할 만하다. 만약에 실오라기만큼이라도 매인다면 어찌 바로 가리키는 도에 도움이 되겠는가.

 문안에 들어가면 언덕이나 담장을 사이에 두지 않고 방안의 부귀를 설명하며, 나루터를 물어 본 사람은 산세가 아름다운지 미운지를 확인하고 즐겁게 경치를 볼 수 있게 한다.

 나[惠蟾]는 일찍이 귀로 들은 말씀은 어느 하나도 허리띠에 적어놓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듣지 못한 것도 있고, 또 적어놓은 것도 오래되어 과장되거나 잘못 전해질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내가 게송을 모두 찾아 모아 간략하게 제목을 붙이고 이 경위를 쓰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