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설봉선사 스물 네 곳의 경치를 노래함 1~9.
7. 설봉선사 스물 네 곳의 경치를 노래함
[雪峰禪寺二十四景詩]
1. 설봉산(雪峰山)
눈 덮인 기암 봉우리에 부용꽃 숨어있어
그림으로 그려내지 못하고 물 들여도 물들지 않네
개인 날에는 멀리 3도(三島 : 신선이 사는 섬)의 달 바라보나
차가운 빛만 띠고 있기에 사철 모두 겨울이라네
요대(瑤臺 : 天宮이 있는 누각)도 꽁꽁 얼어붙어서 길은 아득한데
옥나무에 꽃피어 소나무와 반쯤씩 섞였구나
그 위쪽 은세계에 스님이 살고 있어
밝고 텅 빈 그림자 속에서 드문드문 종소리 울려오네.
奇峰積雪隱芙蓉 畫不成形染不濃
霽色遙觀三島月 寒光常見四時冬
瑤臺凍合深迷路 玉樹華開半雜松
僧住上方銀世界 虛明影裏出疏鐘
2. 보소정(寳所亭)
금색 벽이 영롱한 보소정에는
개울이며 산이며 사방이 단청에 물들었네
수정 주렴 밖에는 산호나무 서 있고
영락 감실 앞에는 마노 물병이 있네
비단을 바친 태자는 코끼리 수레를 맞아들이고
꽃 뿌리는 옥녀는 금방울 소리에 귀 기울이네
밝은 달밤에 자리 옮겨 아롱진 난간에 기대 바라보면
온갖 서광 속에 만 생령이 달려가네.
金碧玲瓏寳所亭 溪山四面染丹靑
水晶簾外珊瑚樹 瓔珞龕前瑪瑙甁
獻錦天孫迎象駕 散花玉女聽金鈴
月明徙倚雕欄望 百瑞光中走萬靈
3. 남전장(藍田庄)
남전장은 육화봉과 가까운데
산마루는 남전의 기가 모인 곳
갈라지는 물은 멀리 차가운 개울따라 떨어지고
구름 건너 아득히 지는 석양 보인다
옛사람이 옥씨 뿌려 처음 낳은 아들은
은자(隱者)되어 구름 갈며 스스로 농사일 배웠노라
신령한 지초를 캐고 싶으면 이 땅에 노닐지니
파란 절벽 푸른 골짜기에 길은 겹겹으로 깊도다
藍田庄近六華峰 峰頂藍田秀所鐘
分水遠從寒澗落 隔雲長見夕陽舂
前人種玉初生子 隱者耕雲自學農
欲採靈芝遊此地 蒼崖翠壑路重重
4. 고목암(枯木菴)
못가의 고목나무 쪼개서 선궁(禪宮)을 만드는데
그 안에 진짜 스님 큰 공[大空]을 보고 있네
옥같은 달 구슬같은 별들이 빈 허공의 구멍을 엿보는데
비단같은 구름 아롱진 안개가 문지방 되고 발이 되었네
해묵은 이끼에 봄빛이 머물 때
별천지의 연기꽃이 늦봄의 붉은 꽃을 비웃는구나
이곳이 근원이라 세월을 늘려내어
산 속 가득 영묘한 풀싹을 자라게 하네.
池邊枯木劈禪宮 內坐眞僧觀大空
璧月珠星窺竅穴 錦雲彩霧作簾櫳
經年苔蘚留春色 別嶼煙華笑晩紅
可是根源延歲月 靈苗毓秀滿山中
5. 삼구당(三毬堂)
육화봉(육화봉)은 상골산 끝에 있고
법당 위의 공 세 개, 몇 해나 되었는지 기억할 수 없네
갈듯 올듯 하면서 일정하게 머무는 곳 없으며
비지도 않고 차지도 않아서 자체가 둥글둥글하구나
비단 몽둥이를 바다 너머로 던지지 말고
잘 깎은 활을 하늘로 쏘아 보내지 말지니
이것이 우리 스님 일찍이 펴 보이신 가르침이라
3성(三星)도 깜짝 놀라 푸른 산 앞에 떨어졌다네.
六華峰在象山邊 堂上三毬不記年
欲去欲來無定止 非虛非實自團圓
休將綵棒抛過海 莫挽雕弓送入天
可是吾師曾演化 三星驚落翠微前
6. 일통산[一洞山]
한 통천(洞]天 : 신선이 산다는 명산) 열려서 아득히 산이 보이는데
통천 안의 그 누가 이곳이 선계인 줄 아는가
끝없는 경관이 눈앞에 펼쳐지니
별천지 세계라 인간세상 아니로다
솔밭길에 달빛 비끼고 둥지 안에는 학이 우는데
석문(石門)에 구름 자욱하니 비를 내리는 용이 돌아오도다
거룩하신 도인이 나를 불러서 하늘 궁전의 풀들을 보여주시나
내 발은 지다 남은 꽃을 밟아 온 땅 가득 자국을 남겼네.
一洞天開縹緲山 洞中誰識是仙寰
無窮景物在觀裡 有別乾坤非世間
松徑月斜巢鶴唳 石門雲滋雨龍還
至人招我視瑤艸 足踏殘花滿地斑
7. 반산정(半山亭)
비취빛 정자가 산 속 바위 끝에 솟아있는데
이날 높은 곳에 기대서니 그 흥취 끝이 없구나
층층 산마루를 올려다보니 구름 그림자 가깝고
절벽 밑 개울을 굽어보니 물은 비고 넓구나
사나운 바람 속을 까마귀떼 휙 비껴날고
멀리 학 한 마리 바닷가 나무 위에 오똑하니
게다가 소나무 그늘 있어 쉬어갈 수 있으니
누군들 이곳에서 서성거리지 않겠나.
翠微亭子起巖端 此日凭高興未闌
仰看層顚雲影近 俯臨絶澗水空寬
群鴉斜度天風急 一鶴遙衝海樹寒
况有松陰堪憇息 遊人誰不此盤桓
8. 화성정(化城亭)
하늘에서 옮겨 내려와 만들어낸 성대(城臺)여
그 밑엔 땅 가득히 황금이 쌓였다네
바람은 자비구름 당겨와 바위 끝에 일게 하고
밝은 달빛은 진풍경을 그림 속에 열었구나
신선동자는 음악을 켜며 하늘 공간으로 떠나가고
아름다운 옥녀는 꽃을 들고 취령(鷲嶺)에서 오는구나
많은 놀이객 다 함께 여기 모여서
물빛 속에 산색 속에 함께 놀아보세나.
自天移下化城臺 臺下黃金滿地堆
風引慈雲巖畔起 月明眞境畫中開
仙童奏樂瑤空去 玉女持華鷲嶺來
多少遊人同會此 水光山色共徘徊
9. 무자비(無字碑)
우람한 비석 하나 오랜 바위 옆에 비스듬히 누웠구나
묘한 도는 원래가 글자로 새길 것 없어라
벗겨져 떨어진 옛 무늬는 오직 이끼자국뿐이고
희미한 새 전각은 달팽이 침자국이라
자연으로 이루어졌으니 귀부(龜趺) 위에 실을 필요없고
오랜 세월 지났어도 옥같이 단단하구나
새 시를 한 수 지어 지난일을 써보려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석까래만한 큰 붓이 없구나.
穹碑斜卧古巖邊 妙道元無字可鐫
剝落舊紋惟蘚跡 模糊新篆是蝸涎
天成不用龜趺載 歲久還同玉體堅
欲把新詩題往事 惜無鋒筆大如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