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 물은 물

88. 엄격한 봉암사 수행

쪽빛마루 2010. 1. 19. 20:26

88. 엄격한 봉암사 수행




봉암사 결사가 얼마나 엄격하고 힘들었는지는 당시 같이 살았던 노스님들로부터 거듭 확인된다. 서울 도선사 선원장인 도우(道雨) 스님은 1943년 법주사 부속암자인 복천암에서 성철 스님을 처음 만나 봉암사 결사에 동참했던 분이다. 도우 스님의 기억.

"해인사에서 총림을 만든다고 고군분투하던 청담 스님이 1948년 봄에 봉암사로 합류했지. 성철과 청담, 두 스님이 마음을 합쳐 불교의 기틀을 잡는 일에 추진력이 더했지요. 현 조계종의 기틀이 그때 다 잡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처님 가르침대로를 고집하는 성철 스님은 참 무서웠지요. "

성철 스님은 봉암사에서도 계속 생식을 했다. 쌀 두 홉을 물에 담가 두었다가 일절 간도 안 하고 찬도 없이 씹어 먹었다. 그리고 이불을 펴거나 목침을 베고 잠을 청하는 일도 전혀 없었다.

"세속 사람들은 성철 스님이 언제 어디서 장좌불와(長坐不臥.누워 자지않는 수행) 를 몇년을 했다, 안했다 하며 서로 손가락을 꼽아보기도 하지요. 그건 의미가 없어요. 누가 '나 장좌불와한다' 고 공표하고 합니까? 당시 성철 스님은 말 그대로 장좌불와했다고 봐야 합니다. "

그렇게 원칙을 따르고 용맹정진하는 성철 스님이니, 다른 도반들에게도 그만큼 엄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 속 저 밑바닥에 있는 티끌만한 자존심까지 확 뒤집어버리는 거예요. 저녁에 앉아서 정진하고 있으면 성철 스님이 들어와 몇마디 묻곤 했습니다. 제대로 답을 못하면 성철 스님은 벽력 같은 소리를 지르며 멱살을 잡고는 방망이로 사정 없이 두들겨 팼습니다. 나도 혹독하게 몇 번 맞았지요. 그게 다 분심(憤心) 을 일으켜서 더욱 정진하라는 다그침이었지요. "

현재 원로회의 의장이며 해인총림 방장인 법전 스님도 봉암사 결사에 가담했던 분이다. 당시 20대 초반의 청년이었던 법전 스님은 전남 장성의 고찰 백양사에서 하안거를 마치고 가야산 해인사로 가려던 중이었다. 만행중 봉암사에 들렀다. 법전 스님의 회고.

"거기서 스님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그때까지 전혀 보지 못한 방식이었지. 첫 눈에 보기에 장삼부터 달라. 거기 스님들끼리 '보조장삼' 이라고 부르는데, 색깔이나 천이 모두 이전까지 것들과 달랐어요. "

봉암사 스님들은 보조국사의 장삼을 본따 만든 괴색 장삼을 '보조장삼' 이라 불렀다. 법전 스님은 보조장삼의 연원을 듣고는 봉암사 결사의 취지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봉암사 스님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바르던지….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 같이 간 도반에게 '여기서 같이 사는 것이 어떻겠느냐' 고 물었지. 그 스님은 '규칙이 까다로워서 못 살겠다' 고 하더군. 그래서 예정대로 해인사로 가겠다는 그 스님과 헤어지기로 했지. "

지객(知客.손님맞이) 소임을 맡고있던 스님에게 '여기서 머물고 싶다' 고 하자 성철 스님을 뵈어야한다고 했다. 일종의 면접이다. 당시 성철스님은 주지실 옆 작은 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성철 스님이 "일도 많고, 규칙도 까다로운데 그래도 같이 살겠느냐" 고 물었다. 법전 스님은 "다른 스님들처럼 열심히 살고 싶다" 고 다짐했다. 법전 스님의 회고.

"봉암사 생활은 그전에는 전혀 해보지 않은, 판이하게 다른 생활이었지요.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일이 많았지요. 성철 스님은 지나가다가 다른 스님이 앉아서 조는 모습을 보면 고함을 버럭 지르기도 하고, 자꾸만 졸면 아예 몽둥이로 내리치기도 했지요. 일은 일대로 하고 얼마나 피곤해요. 그래도 도저히 딴 생각을 할 수가 없었지요. 화두일념(話頭一念) 안하면 배길 수가 없어요. "

밭 매고, 나무하고, 탁발하고…. 지친 몸으로 밤을 지새워가며 참선 공부하고. 법전 스님은 지금도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래도 그때는 그렇게 힘들게 살 사람이 있었지요. 만약 요새 그렇게 살라고 한다면 아무도 하지 않을 겁니다. 모두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치고 말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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