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神光)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의 당체(當體)는 매우 밝아서 우주의 어디에나 가득찼으며, 너무도 눈부시게 색(色)과 공(空) 모두에 사무쳤다. 그러나 그 모습은 볼 수가 없으며 자취도 찾을 수 없다. 푸르지도 누렇지도 않고, 그렇다고 길거나 잛지도 않다. 그것은 근기에 따라 감응하여 설산(雪山) 한 밤중의 샛별이 되기도 했으며, 현로당양(顯露當陽)하여 용담(龍潭: 1423-1500)스님의 꺼버린 촛불이 되기도 하였으며, 비추는 본체는 조금도 이지러지지 않아 동평(東平)스님의 깨버린 거울이 되기도 했으며, 비추는 방위를 구별하지 않고, 비야리성(毘耶離城)의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기도 했으며, 오래 동안 본체에 접촉하여 그 본체와 떨어지지 않아 마침내 눈에 가득하여 눈이 멀기도 하였으니 이것이 이른바 신광(神光)이라는 것이다. 평전(平展)스님은
“신광이 홀로 빛나니 만고의 아름다운 법이다. 이 문에 들어오려면 알음알이를 간직하지 말라“고 하셨다. 여기서[홀로 빛난다]고 한 뜻은 한몸[一體]으로써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싱그럽고 광채로운 깨달음의 당체여! 하늘에 있으면 하늘과 같고, 땅에 있으면 땅과 같다. 그것은 텅 비어 만상을 머금었고, 훤출하게 십허(十虛)를 관통하였다. 붉은 비단 장막 속에 옥구슬을 뿌리고, 무쇠 눈. 구리 눈동자로도 그 비슷한 것조차 엿볼 수 없다. 고목(枯木)이 서 있는 바위 앞에서 길을 묻지만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빨리 지나가니 누구라서 그 시작과 끝을 분간하겠는가?
“신광(神光)은 가리거나 감출 수 없고 산호(珊瑚)는 가지마다 달을 지탱하였다. 신광은 혼람(混濫)될 수 없고, 부상(扶桑)에서는 밤마다 일륜(日輪)이 붉었구나“라 하였다. 그러나 이 신광(神光)은 하늘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땅에서 용솟음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안에서 나온 것도 아니요, 외부에서 온 것도 아니다. 이 신광에 의지하여 조화(造化)가 부려지고, 이를 말미암아 만물이 생겨난다. 모든 것을 성취하지만, 어느 것에 의해서도 성취될 수 없는 것이 이 신광이며, 일체를 덮을 수 있으나 어느 것에 의해서도 덮여지지 않는 것이 이 신광이다. 반야(般若)는 중생심(衆生心)으로써 깨달을 수 없지만, 신광으로는 깨달을 수 있다. 또한 진여는 다른 것에 섞여지지 않지만 신광은 다른 것과 섞여진다. 서쪽 조사가 칼을 잡으면 부처가 와도 목을 베고, 마구니가 와도 목을 벤다. 그러나 목을 벨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 신광이다.
도인이 가는 처소에는 불이 얼음을 녹이는 듯하고, 납승(衲僧)의 앞길은 험난하여 길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대가 이렇다 하면 나는 이렇다 하지 않으며, 그대가 이렇지 않다 하면 나는 이렇다고 하리라. 화살이 시위를 떠나지 않았는데도 과녁에 적중하였고, 여의주가 독 안에 있는데도 허공을 비춘다. 이는 모두 신광이 붙은 것으로서, 다른 방법에는 의지하지 않는다. 천하의 참선하는 사람이 말 밖에서 확연히 깨닫지 않고 알음알이[知解]로써 나의 빛나는 신광의 요지(要旨)에 계합하려 한다면 마음은 날로 수고로와지고 공부는 매일같이 후퇴하리라. 이것을 조심하지 않아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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