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語西話 續集 下
견해의 병통(見病)은 무엇인가?
객승이 질문하였다.
"옛 사람들은 말하기를 '지금의 산하 대지 · 4대5음(四大五陰) · 명암색공(明暗色空) 등은 중생의 시작없이 흘러온 견해의 병통(見病) 때문에 생겼다'고 했읍니다. 저는 여기서 말하는 견해의 병통이 무엇인지 모르겠읍니다. 풀이를 바랍니다."
나는 손에 쥐었던 부채를 들어 보이고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 겉모습을 가리켜 부채라고 하겠읍니까, 아니라고 하겠읍니까? 두 가지 모두가 바로 견해의 병통입니다." 그리고 나는 거위가 우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 말했다.
"그대는 이소리를 귀로 듣고 거위의 울음소리라고 말하겠읍니까, 거위의 울음소리가 아니라고 하겠읍니까?" 이 두 가지가 견해의 병통임은 물론이고, 나아가 우리의 코 · 혀 · 몸 · 의식으로 마주하는 6진(六塵)의 경계까지,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은 모두 견해의 병통입니다. 왜냐하면 옳다고 긍정할 경우 그것은 상견(常見)에 떨어지는 것이고, 아니라 부정하면 단견(斷見)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상견에 떨어지면 산하와 대지가 실제 있는 것이 되어버리고, 단견에 빠지면 산하와 대지가 본래부터 없는 것이 됩니다. 유(有) · 무(無) · 단(斷) · 상(常) · 3세(三世) · 5음(五陰)을 종합하면 모두 62 종류가 되는데, 이 62가지가 모두 그릇된 견해입니다.
이른바 견해(見)라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허망한 마음으로 집착하는 것도 견해라 합니다. 「수능엄경」에 말하기를, '6진(六塵)으로 말미암아 지(知)가 발현하고, 6근(六根)으로 인해서 상(相)이 있게 된다. 모양(相)과 견해(見)는 본성이 없어 마치 교로(交蘆)와 같다'고 하였읍니다. 「능엄경」에서는 견(見)이라는 말 대신 지(知)라고 하였읍니다. 말하자면 6근과 6진에 상대되는 것이 견해입니다. 이것을 병통이라고 한 까닭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이 두 견해가 신령한 근원을 옹색하게 하고, 법성(法性)을 가로막아 허망을 일으키고, 생사에 결박되어 결국 벗어나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한 범부와 2승(二乘)의 견병(見病)은 모두 이와 같습니다. 그러나 조사의 문하에서는 산하 · 대지 등이 자기 묘명진심(妙明眞心) 속의 물건이라고 깨달았던 것조차도 떨쳐버리고 , 유(有) · 무(無)의 2변(二邊)에도 머무르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4구(四句)를 떠나고 100비(百非)를 끊어 법진(法塵)마저 청정하게 다스리고, 성인의 말씀마저도 남겨두지 않습니다. 혹 얻은 것을 털끝만큼이라도 잊지 못하고 있다면 이 또한 견해의 병통이라 하겠읍니다. 이 자리에선 어찌 산하. 대지만이겠읍니까? 가령 백천 화장해(華藏海)의 해탈보리장(解脫菩提場)과, 법계 · 허공 · 성문 · 보살 · 부처의 오묘한 가르침과, 신기(神機)의 삼매와, 어묵동정 등도 한마디로 말해 모두 견해의 병통입니다."
객승이 말하였다.
"세속에 이 병통을 치료할 자가 있읍니까?"
나는 말했다.
"없다고 하면 불법이 영험하지 못한 것이 될 것이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대의 병통만 더하겠읍니다."
객승이 망연해 하므로, 몇 가지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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