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동산 오본스님의 세 가지 번뇌와 삼종강요/ 조산 탐장(曹山耽章)스님
조산 탐장(曹山耽章 : 840~901)스님이 처음 동산 오본(洞山悟本 : 807~869)스님의 회하를 떠나려 하자, 오본스님이 당부하였다.
“내가 스승 운암(雲巖)스님의 회하에 있을 때 몸소 보경삼매(寶鏡三昧)를 얻었다는 인가를 받고 요점[的要]을 애써 공부해 왔다. 이제 그대에게 이를 전수하노니, 그대는 이 법을 잘 보호하여 끊기지 않도록 하고 참다운 법기(法器)를 만나면 그때 전해야 한다. 그러나 반드시 비밀로 하고 드러내서는 안되니 세간에 유포되어 우리 종문이 없어질까 두렵다.
말법(末法)시대에는 사람들 대부분이 지혜가 메마르다[乾慧]. 공부해 나가는 사람들의 진위(眞僞)를 분별하고자 하면 세 가지 번뇌[三種滲漏]가 있으니, 기연(機緣)을 만나거든 곧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사견[見滲漏]가 있으니, 이는 기연이 제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독해(毒海)에 떨어지는 것이며, 둘째는 망정[情滲漏]이니, 지혜에 항상 방향[向背] 있어 견처(見處)가 치우치고 메마름이며, 세째는 망어[語滲漏]이니, 묘리(妙理)를 체득하였으나 종지를 잃어 마음이 본말에 어두워 혼탁한 지혜로 흘러가는 자이다. 이 세 가지 번뇌를 잘 알아두도록 하라.”
그리고는 강요(綱要)에 관한 세 수의 게송을 지었다.
처음은 ‘주반(主伴)을 동시에 행하는 것(敲唱俱行)’에 대한 게송이다.
금침과 두 고리를 다 갖추고
은연중에 좁은 길을 모두 덮었네
보배 도장은 텅 비어 오묘한 것이라
겹겹의 바늘땀을 열어주리라.
金針雙鎖備 狹路隱全該
寶印當空妙 重重錦縫開
그 다음은 ‘금침과 고리의 현묘한 길[金鎖玄路]’에 대한 게송이다.
밝음 속에 어둠이 엇갈리니
고르게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끼겠구려
힘을 다하여 진퇴를 찾노라니
쇠사슬의 그물은 촘촘도 하구나
交互明中暗 功齊轉覺難
力窮尋進退 金鎖綱鞔鞔
다음으로는 ‘이치나 현상에 그딸리지 않음[理事俱不涉]’에 대한 게송이다.
이치와 현상에 모두 관계하지 않고
회광반조(回光返照)하여 미세한 것마저 끊었네
바람 타고 날 때는 못난 솜씨 잘난솜씨 가릴 것 없으니
번뜩이는 번개불은 따라가기 어렵구려
理事俱不涉 回照絶幽微
背風無巧拙 電火爍難追
납자들이 기연을 마주하여서는 번뜩이는 번갯불도 뒤쫓아오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세가지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원각경」에 ‘중생은 알음알이에 장애가 되고 보살은 깨달음을 떠나지 못하였다[衆生爲解礙 菩薩未離覺]’고 하였으니 그러므로 말 한마디에 생사를 벗어날 정도의 큰 지혜를 가진 최상근기가 아니라면 이 경지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알겠다.
대우(大愚)스님이 황벽 희운(黃檗希運)스님에 대하여 노파심이 많다고 한 데에는 참으로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황벽스님은 항상 말하기를, “결코 그 다음 생각[第二念]으로 흘러가지 않아야 비로소 우리 선문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하였다. 선종의 이런 뜻 깊은 말을 근기 낮은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고 마음대로 차별하는 마음을 내면서 불법을 일으켜 세우려 한다. 그러나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선림고경총서 > 임간록林間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48. 종밀스님의 일용게/ 규봉 종밀(圭峯宗密)스님 (0) | 2015.01.03 |
---|---|
47. 용아스님과 유정스님의 찬/ 용아 거둔(龍牙居遁)스님 (0) | 2015.01.03 |
45. 법을 잇기 위해 화재를 피함/ 황룡 혜남(黃龍慧南)스님 (0) | 2015.01.03 |
44. 주지를 맡는 태도/ 조인 거눌(祖印居訥)스님 (0) | 2015.01.03 |
43. 주지를 사양하는 태도/ 회당 조심(晦堂祖心)스님 (0) | 2015.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