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66. 참다운 참구, 참다운 깨침/ 신정 홍인(神鼎洪諲)스님

쪽빛마루 2015. 1. 3. 11:57

66. 참다운 참구, 참다운 깨침/ 신정 홍인(神鼎洪諲)스님

 

 신정 홍인(神鼎洪諲 : ? ~ 901)스님은 젊어서 몇몇 스님들과 함께 남악(南嶽)을 돌아다녔는데, 그 중 한 스님이 불법[宗乘]을 거론하는 식견이 넓고도 날카로왔다. 때마침 산중 주막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게 되어 공양준비가 다 되었는데도 그 스님은 계속하였다. 이에 홍인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 ‘삼계가 오직 마음이며, 만법은 단지 식일 뿐이다. 오직 식이며 마음이니 눈으로 소리를 듣고 귀로 색을 본다[三界唯心 萬法唯識 唯識唯心 眼聲耳色]’하셨는데 이는 누구의 말입니까?”

 “법안(法眼)스님의 게송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오로지 마음이므로 근(根)과 경(境)이 서로 맞닿지 않고, 오로지 식이므로 소리와 색이 뒤섞인다는 뜻입니다.”

 “혀와 맛[舌味]도 근과 경입니까?”

 “그렇습니다.”

 이에 홍인스님은 젓가락으로 채소를 집어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면서 말하였다.

 “어찌하여 ‘서로 들어간다[相入]’ 말합니까?”

 이 말에 앉아 있던 스님들은 매우 놀라 서로 쳐다보며 아무도 답을 못하였다. 그러자 홍인스님이 다시 말하였다.

 “길거리에서 주고 받으며 즐기는 이야기로는 결코 심오한 도에 이를 수 없으며, 아무리 미묘한 경지에 들어가는 견해가 있다 하여도 그것을 ‘도를 보았다[見道]’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참구을 하려거든 참답게 참구을 하고 깨달으려거든 참답게 깨달아야 하니 염라대왕은 말 많은 자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