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사문이 자신을 내리깎는 말세풍조/ 명교 계숭(明敎契崇)스님
명교 계숭(明敎契崇 : 1007~1072)스님께서 항시 개탄하였다.
“사문(沙門)이 고상하게 된 것은 자비로우신 부처님의 힘인데 말세에 와서 어지럽게 된 까닭은 우리 스스로가 비천하게 만든 것이다. 사문은 천자를 볼 때에도 ‘신(臣)’이라 일컫지 않는 법이다. ‘신(臣)’이란 공경 대부 따위의 벼슬을 이르는 칭호이다. 그러므로 맞지 않게 ‘신’이라는 말을 써서는 안된다. 그러나 당(唐) 영도(令瑫 : 666~760)스님이 견식이 밝질 못하여 맨처음 그 폐단의 실마리를 열어준 뒤 역대 스님들은 이를 따라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신’이라 일컫게 되었다. 산림에 묻혀사는 선비도 천자는 오히려 신하로 삼지 못하는데 더구나 사문이야 어떠하겠는가?”
그런 까닭에 명교스님은 「정종기(正宗記)」를 올리는 표(表)에서 첫 부분과 맨 끝만 ‘신 아무개[臣某]’라 하여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례를 따랐을 뿐, 중간 부분에서 자기 의견을 서술할 때에는 그대로 이름을 썼다. 그리하여 당시의 벼슬아치들은 이글을 읽어보고 스님의 높은 식견을 존중하였다.
나는 지난날 상중(湘中)지방을 돌아다니다가 어떤 스님이 도량을 짓고 남악의 황제를 초대하여 설법할 때 몸을 굽혀 ‘신승 아무개[臣僧某]’라고 소리높여 외치는 것을 보았으니 이 어찌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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