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피로 쓴「법화경」/ 초운(楚雲)스님
형악(衡岳)의 초운(楚雲)스님은 당대 말엽에 태어나 지극한 수행을 닦았던 사람이다. 지난날 피를 뽑아 「묘법연화경」을 썼는데, 그 길이는 일곱 치[寸], 넓이는 네 치, 두께는 그 절반인 두 치였다. 전단목(栴檀木)으로 문갑(文匣)을 만들어 그 속에 넣고 복엄사(福嚴寺)의 삼생장(三生藏)에 두었으며, 그 위에 여덟 글자를 새겼다.
‘만일 이 경을 열어 보려면 맹세코 자씨(慈氏 : 彌勒佛)와 같은 서원을 세우라[若開此經誓同慈氏].’
황우(皇祐) 연간(1049~1053)에 어느 귀인이 산에 놀러 왔다가 그 글씨를 보고 허튼소리인가 의심하여 사람을 시켜 열쇠로 열게 하였다. 처음엔 실오라기처럼 피가 나오더니 잠깐 후엔 바람과 우뢰가 산골짜기에 진동하고 자욱한 연기구름이 집안에 가득 차 가까이 붙잡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이렇게 하루종일 계속되자 귀인은 크게 놀라 성심으로 몸을 굽혀 참회하였다.
아! 원력(願力)이 서려 있는 곳엔 이처럼 신령한 일이 있는 법이다. 내 지난날 그 곳을 지나는 길에 삼생장을 찾아 그 경을 높이 받들어 자세히 살펴보니, 핏줄기가 역력히 남아 있었다.
관휴(貫休 : 832~912)스님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바쳤다.
살갗을 도려내어 핏물로 쓴 정성 어찌 그리 갸륵하오
영취산 아홉 법회 부처님 말씀을 새겼네
열 손가락 피 마르고 일곱 축 끝마치니
후세에 법을 구하는 자 다시는 그대만한 이 없으리.
剔皮刺血誠何苦 爲寫靈山九會文
十指瀝乾終七軸 後來求法更無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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