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지조의 정확한 기록/ 무진거사(無盡居士)
무진(無盡)거사가 언젠가는 나에게 물었다.
“오본(悟本)스님의 「오위군신게(五位君臣偈)」에서 ‘정중래(正中來)’귀절에,
다만 이 세상에서 금하는 일을 범하지만 않아도
지조(知朝)에서 혀를 잘린 재사보다야 훌륭하리라.
但能莫觸當今諱 也勝知朝斷舌才
하였는데 스님의 뜻이야 비록 오묘한 뜻을 밝히려 함이지만 ‘지조에서 혀를 잘렸다[知朝斷舌]’는 것은 반드시 근거가 있는 말일 터인데, 옛 기록에는 혀를 잘린 사실이 없었고, 더구나 또한 ‘지조(知朝)라 한 것은 더욱 더 말이 되지 않으니 이는 후세에 잘못 기록한 것이 아니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 나는 “구본(舊本)에는 ‘전조(前朝)에 혀를 잘린 재사보다야 훌륭하지! [也勝前朝斷舌才]'라고 되어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뜻은 수(隋)나라 때 하약필(賀若弼)의 부친 하숙(賀孰)이 우문호(宇文護)에게 미움을 받아 살해되었는데 처형장에 당도하여 그의 아들에게 ‘나는 혀 때문에 죽는다’라고 훈계하고 아들의 혓바닥을 당겨 송곳으로 찔러 피가 나오게 함으로써 입조심을 시켰다. 수나라는 당나라의 전조(前朝)로서 이는 ‘전조에 송곳으로 혓바닥을 찔렀다[前朝刺舌]’는 이야기지 ‘지조(知朝)’가 아님은 명백하다. 그러나 ‘혓바닥을 끊는[斷舌]’것이나 ‘혓바닥을 찌르는[刺舌]’것은 마찬가지이다.
무진거사는 나에게 기록을 부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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