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중간십규론 후(題 重刊十規論 後)
「십규론」은 조계(曹溪)의 10세인 법안선가가 지은 것이다.
스님께서 지장(地藏)스님을 뵙고 종지[指歸]를 얻은 뒤, 입을 열어 말씀을 꺼냈다 하면 언제나 사람들을 결박에서 풀어 주셨다. 예컨대 한번은 어떤 스님이 "무엇이 한 방울 조계의 근원입니까?"하고 묻자, "이것이 한 방울 조계의 근원이다"하셨고, 또 혜초(慧超)라는 스님이 "무엇이 부처입니까?"하고 묻자, "그대가 혜초로구나"하셨던 것이다.
스님의 이런 방식은 쇠못으로 밥을 짓고 나무 패찰로 국을 끓여 세상 굶주린 이들의 배를 채워주는 격으로, 도대체 그들이 아무것도 씹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글이나 의미를 가지고 사람들을 얽어매려 하였겠는가. 이 논은 당시 종장(宗匠)들의 답답했던 병통을 치료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지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간혹 "스님은 깨친 경계가 은밀한데다가 지견(知見)이 해박하므로 문장을 무시하고 논을 읽는다면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원(元)나라 병술(丙戌 : 1326)년 남병산(南屛山) 장주(藏主) 열(悅)스님이 이 글을 내주면서 내게 서문을 부탁하여 경산(徑山) 적조탑원(寂照塔院)에서 찍어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경산에 난리가 나자 판이 모두 불타 없어졌던 것이다.
이제 대(臺) 땅의 위우민(委羽旻)스님이 비용을 대고 탁본해 둔 옛 본을 사용하여 다시 간행하면서 나에게 후제(後題)를 부탁하였다. 나는 다 떨어진 옛날 책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옛 사람들이 하구(夏口)의 독 속에서 상(像)을 발견한 듯, 낭야(瑯揶)의 대들보에서 책을 발견한 듯 하였다.
아―. 앞으로 이 논을 읽는 자들이 과연 자기 병을 관찰하고 법안선사의 마음을 체득하여 좋은 약을 기꺼이 복용하려 한다면 정말 좋지 않겠는가.
이상은 원(元) 무온 서중의 발문을 조선장(朝鮮藏)에서 얻어서 붙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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