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옹록懶翁錄

[게송] 2.송 3.

쪽빛마루 2015. 7. 8. 05:47

절안(絶岸)

 

눈길 다한 하늘 끝은 푸르다 가물가물한데 

그 가운데 어찌 중간이 있겠는가 

편편하여 끝없는 곳에서 몸을 뒤집으면 

그 작용은 언제나 공겁(空劫) 이전에 있으리

 

 

서운(瑞雲)

 

한 줄기 상서로운 빛, 이것을 보는가 

허공을 모두 싸고 뻗쳤다 걷혔다 하나니 

여기서 몸을 뒤집어 몸소 그것을 밟으면 

비바람을 몰고서 곧장 집에 돌아가리

 

 

보봉(寶峰)

 

써도 다함이 없고 값도 물론 비싸니 

층층으로 높이 솟아 푸른 하늘에 꽂혔다 

구슬의 광채는 안팎으로 항상 나타나지만 

마음먹고 찾아가면 길은 더욱 멀어라

 

 

영암(映菴)

 

모양과 빛깔이 분명한 이것을 아는가 

여섯 창 밝은 달이 산과 강을 비춘다 

찬 빛을 모두 쓸고 몸을 뒤집으면 

위음왕불 겁 밖의 집으로 뚫고 지나가리라

 

 

고원(古源)

 

조짐과 자취가 나타나기 이전의 한 가닥 물줄기여 

아주 맑고 담담해서 그 자체 편안하네 

앞도 없고 뒤도 없고, 가[邊]도 겉도 없나니 

그 복판[中]을 모르고 지낸 지 몇 해이런가

 

 

담적(湛寂)

 

바닥까지 맑고 맑아 담(膽)을 뚫을 듯 차가운데 

또렷하고 분명하여 자체 항상 편안하다 

온갖 훌륭한 경계는 무심에서 나타나니 

공부는 고요한 곳에서 보아야 함을 비로소 깨달았다

 

 

태양(太陽)

 

허공을 모두 감싸 안팎이 없는데 

금까마귀는 세계 어디에나 스스로 분명하다 

온 하늘에서 단박 몸을 뒤집어버리면 

한 길이 당당하여 겁 밖이 태평하다

 

 

현계(玄溪)

 

묘한 이치와 진실을 말하는 것, 그 모두 허망한데 

그 가운데 한 줄기가 난간 너머 잔잔하다 

침침하고 고요한데 누가 볼 수 있는가 

한 줄기 그 소리가 밝은 달에 실려오네

 

 

서암(瑞巖)

 

흰 기운이 하늘을 찔러 허공을 차게 하는데 

푸른 솔은 사방에 여기저기 꽂혀 있다 

끄떡없이 다른 경계와 간격이 없지마는 

꽃비는 여전히 망령되게 뿌린다

 

 

옥림(玉林)

 

아주 깨끗해 티가 없는 신기한 보배는 

뿌리와 싹이 사철따라 변하지 않네 

집 안에 본래 있어 남에게서 얻는 것 아니거니 

가지와 잎은 공겁(空劫)전에 무성하였다

    

 

영매(嶺梅)

 

불쑥 솟아나 푸른 하늘에 꽂혔나니 

얼음 같은 자태와 옥 같은 뼈는 공겁 전에 있었다 

묏부리들이 험준한데 누가 갈 수 있는가 

섣달의 봄바람은 세상을 벗어난 오묘함일세

 

 

징암(澄菴)

 

성품 달이 맑고 뚜렷해 본래의 공(空)을 비추건만 

사립문을 닫아 두어 사람들이 다니기 어렵구나 

가난하여 아무 것도 없거니 누가 거기 가겠는가 

이 작은 암자가 금년에는 바로 그 가난함일세

 

 

향암(響菴)

 

맑은 메아리가 허공을 흔들고 시방에 떨치나니 

여섯 창에 찬 달이 당당히 드러났네 

삼라만상이 모두 그 소리에 맞춰 춤을 추니 

띠풀 사립문도 다 광명을 놓네

 

 

무여(無餘)

 

동서남북이 텅 비어 트였으니 

시방세계가 또 어디 남았는가 

허공이 손뼉치며 라라라 노래하매 

돌계집이 소리에 맞춰 쉬지 않고 춤을 추네

 

 

고산(杲山)

 

밝은 해가 허공에 올라 한 점의 흐림도 없어 

우뚝한 묏부리들이 푸른 하늘에 꽂혔네 

뜬구름이나 엷은 안개가 거기 갈 수 있겠는가 

백억의 수미산들이 그 앞에 늘어섰네

    

 

본적(本寂)

 

오랜 겁토록 밝고 밝아 다른 모양 없나니 

맑고 고요한 한 맛이 가장 단연(端然)하여라 

원래 티끌에 흔들리지 않고 

바로 위음왕불의 공겁 전에 이르렀네

 

 

서운(瑞雲)

 

갑자기 비상함을 얻어 참경계 나타나니 

밝고 밝은 해와 달이 어둡고 깜깜하다 

어찌 구태여 용화회(龍華會 : 미륵의 회상)를 기다리랴 

한 줄기 상서로운 빛이 큰 허공을 메우네

 

 

오암(晤菴)

 

밝고 밝은 빛이 대천세계 비추나니 

여섯 창은 이로부터 환하고 편안하다 

모든 것에 늘고 줆이 없음을 환히 알았거니 

네 벽의 맑은 바람은 겁(劫) 밖에 오묘하다

 

 

무위(無爲)

 

동서남북이 텅 비어 트였으니 

하는 일이 모두 다 공(空) 이로구나 

아무 것도 없는 그 경계 누가 헤아릴 수 있으리 

꼿꼿하고 드높게 고풍을 날린다

 

 

담연(湛然)

 

바닥까지 맑고 맑아 한없이 차가워서 

서쪽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움직이기 어렵더니 

깊고 넓고 또 먼데 가을달을 머금으매 

흙무더기와 진흙덩이도 모두 다 기뻐하네

    

 

환산(幻山)

 

하늘 끝에 줄지어 있어도 바탕은 실로 비었나니 

기묘한 묏부리들은 지극히 영롱하다 

바라볼 때는 있는 듯하나 잡을 수가 없으니 

그 꼭대기에는 원래 통하는 길이 없다

 

 

곡란(谷蘭)

 

만 골짝 깊고 깊은 돌바위 틈에 

향기로운 이상한 풀이 시냇가의 솔을 둘러쌌다 

층층히 포개진 많은 봉우리 속에 

갑자기 꽃을 피워 온 누리를 덮었네

 

 

신암(信菴)

 

명백하고 의심없어 몸소 밟으니 

여섯 창에 호젓한 달이 다시금 분명하다 

지금부터는 망령되이 이리저리 달리지 않으리 

조그만 이 암자는 언제나 철저히 맑은 것을

 

 

찬암(璨菴)

 

반짝이는 묘한 광채 누가 값을 정하리 

여섯 창에 차가운 달은 때도 없이 비추도다 

찬란한 광채는 언제나 깨끗하여 항하사 세계에 두루했나니 

맑은 바람에 실려 창에 날아들어온다

'선림고경총서 > 나옹록懶翁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송] 2.송 5.   (0) 2015.07.08
[게송] 2.송 4.   (0) 2015.07.08
[게송] 2.송 2.   (0) 2015.07.08
[게송] 2.송 1  (0) 2015.07.08
[게송] 1.노래[歌] · 3수  (0) 201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