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옹록懶翁錄

[게송] 2.송 7.

쪽빛마루 2015. 7. 8. 06:06

무문(無聞)

 

눈과 귀는 원래 자취 없는데 

누가 그 가운데서 원통(圓通)*을 깨칠 것인가 

텅 비어 형상 없는 곳에서 몸을 뒤집어버리면 

개 짓는 소리, 나귀 울음소리가 모두 도를 깨침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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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근(六根)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등 각각 자기 영역만을 반연하는데, 여기서 원통이란 6근 호용(互用)을 의미한다.

 

 

계월헌(溪月軒)

 

버들 그림자와 솔 그늘은 물을 따라 흐르는데 

두렷한 밝은 달은 따라가려 하지 않네 

그윽하고 깊은 골짜기의 맑은 물결 속에서 

맑은 바람에 실려 난간 머리에 있네

 

 

매월헌(梅月軒)

 

섣달의 봄바람은 눈과 함께 돌아오는데 

은두꺼비는 한밤중에 난간에 올라온다 

얼음 같은 자태와 옥 같은 뼈가 빛과 한데 어울려 

바닥에서 하늘까지 한결같은 찬 맛일세

 

 

스승을 뵈러 가는 환암장로(幻艤長老)를 보내면서

 

남은 의심 풀려고 스승 뵈오러 가나니 

주장자 세워 들고 용같이 활발하네 

저히 파헤쳐 분명히 안 뒤에는 

모래수만큼의 대천세계에 맑은 바람 일어나리

 

 

무학(無學)을 보내면서

 

주머니 속에 별천지 있음을 이미 믿었거니 

어디로 가든지 마음대로 3현(三玄)을 쓰라 

어떤 이나 그대에게 참방하는 뜻을 묻거든 

콧배기를 때려부수고 다시는 말하지 말라

 

 

또 신광사(神光寺)에 머물면서

 

이별한 뒤에 따로 생각하는 점이 있었나니 

누가 알리, 그 가운데 뜻이 더욱 오묘함을 

여러 사람들일랑 그럴 수 없다 하더라도 

나는 공겁(空劫) 이전을 뚫고 지났다 하노라

 

 

참방(參方)하러 떠나는 종선자(宗禪者)를 보내면서

 

주장자를 세워 들고 참방하러 떠나나니 

천하의 총림에 자기 집을 지으리 

값할 수 없는 보배를 마음 속에 깊이 간직했나니 

동서남북 어디든 인연 따라 가거라

 

 

주시자(珠侍者)를 보내면서

 

만 리를 참방하는 그 생각 끝없거니 

부디 나라 밖에서 다른 종(宗)을 찾지 말라 

주장자를 잡기 전에 종지(宗旨)를 드날리면 

곳도 허공이요 여기도 허공이리

 

 

참방하러 떠나는 곡천(谷泉) 겸선사(謙禪師)를 보내면서

 

본래 원만히 이루어져 말에 있지 않나니 

무엇하러 수고로이 입을 열고 그대 위해 말하리 

주장자를 세워 들고 몸을 뒤집어버리면 

달이 되고 구름이 되어 가고 또 돌아오리

 

 

남방으로 행각길 떠나는 연시자(璉侍者)를 보내면서

 

세 번 부르고 세 번 대답하면서 화살 끝을 맞대 

천차만별한 것들을 모두 쓸어버렸나니 

그런 깊은 기틀을 간직하고 노닐며 지나갈 때에 

분명히 조사들과 맞부딪치리라

 

 

관시자(寬侍者)를 보내면서

 

몸을 따르는 누더기 한 벌로 겨울 · 여름 지내고 

주장자 하나로 동서를 분별한다 

그 가운데의 깊은 뜻을 누가 아는가 

귀가 뚫린 오랑캐 중(달마)이 가만히 안다

 

 

산으로 돌아가는 명상인(明上人)을 보내면서

 

백번 기운 누더기로 머리 싸고 초암에 머무나니 

허공과 온 땅덩이를 한몸에 머금었네 

온몸 속속들이 남은 생각 없거니 

어찌 다른 사람을 따라 두번째, 세번째에 떨어지리

 

 

강남으로 돌아가는 통선인(通禪人)을 보내면서

 

사방을 돌아다니며 도를 묻는 것, 딴 목적 아니요 

다만 그 자신이 바로 집에 가기 위해서네 

반걸음도 떼지 않고 몸소 그 땅 밟으면 

어찌 수고로이 나라 밖에서 누라(嘍囉)*를 부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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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라 : 산적이 그 부하를 부르는 소리.

 

 

강남으로 가는 난선자(蘭禪者)를 보내면서

 

이곳도 허공이요 저곳도 허공이라 

분명히 있는 듯하나 찾으면 자취 없네 

단박 빈 곳에서 몸을 뒤집어버리면 

죽은 뱀을 내놓고 산 용을 삼키리라

    

 

강남으로 가는 고산(杲山) 승수좌(昇首座)를 보내면서

 

사구백비(四句百非)를 모두 다 설파한 뒤에 

지팡이 끝으로 해를 치며 강남으로 가는구나 

조주(趙州)는 나이 80에 다시 참선하였나니 

남은 자취 분명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금강산으로 가는 대원(大圓) 지수좌(智首座)를 보내면서

 

천산만산을 모두 다 지나면서 

한가닥 주장자와 함께 한가하여라 

단박에 금강산 꼭대기를 밟을 때에는 

온 몸 뼛속까지 눈 서리 차가우리 

신광사의 판수(板首)가 감파하러 왔을 때 

3현(三玄) 3요(三要)를 다 쓰되 틀림이 없었고 

장님과 귀머거리를 인도해 밝은 눈을 열어 주어 

항하사 겁토록 끝내 의심없게 하였네

 

 

금강산으로 돌아가는 무주(無住) 행수좌(行首座) 를 보내면서

 

차림새는 마치 사납게 나는 용과 같은데 

주장자를 세워 들고 동쪽으로 향하나니 

금강산 꼭대기를 다시 밟는 날에는 

큰 소나무와 늙은 잣나무가 향기로운 바람을 떨치니

 

 

참방 떠나는 박선자(珀禪者)를 보내면서

 

평생의 시끄러운 세상 일을 다 쓸어버린 뒤에 

주장자를 세워 들고 산하를 두루 돌아다니네 

갑자기 물 속의 달을 한 번 밟을 때에는 

한 걸음도 떼지 않고 집에 돌아가리라

 

 

참방 떠나는 문선자(文禪者)를 보내면서

 

돌아가누나 돌아가누나 

바랑은 안팎으로 여섯 구멍이 뚫려 있네 

하루 아침에 고향 길을 밟게 되거든 

주장자 걸어두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

 

 

참방 떠나는 징선자(澄禪者)를 보내면서

 

어머니가 낳아준 참 면목을 찾기 위하여 

주장자를 세워 들고 앞 길로 나아가네 

단박에 진짜 사자를 후려치는 날에는 

갑자기 몸을 뒤쳐 한 소리 터뜨리리

 

 

참방 떠나는 심선자(心禪者)를 보내면서

 

여러 곳에 나아가 도를 묻는 것, 다른 목적 아니요 

다만 그 자신이 바로 집에 가기 위해서이네 

허공을 쳐부수어 한 물건도 없으면 

백천의 부처도 눈 속의 모래이리라

    

 

참방 떠나는 명선자(明禪者)를 보내면서

 

뜻을 내어 참방하는 것 다른 목적 아니요 

공겁(空劫)이 생기기 이전을 밝히기 위해서네 

주장자에 갑자기 두 눈이 열리면 

눈에 보이고 눈썹을 치켜올리는 것이 다 격식 밖의 선(禪)이리

 

 

참방 떠나는 상선자(湘禪者)를 보내면서

 

채찍으로 치는 공부가 눈과 서리 같거니 

부디 그 중간에서 헤아리려 하지 말라 

절벽에서 손을 놓고 몸을 뒤쳐 구르면 

마른 나무에 꽃이 피어 겁(劫) 밖에서 향기로우리니 

다른 날에 와서 나와 만날 때에는 

임제(臨濟)의 미친 바람이 한바탕 나타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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