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인천보감人天寶鑑

30. 독설로 불사를 짓다 / 법운 법수(法雲法秀)선사

쪽빛마루 2015. 7. 20. 08:00

30. 독설로 불사를 짓다 / 법운 법수(法雲法秀)선사


법운사(法雲寺) 법수(法秀 : 1027~1090)선사는 진주(秦州) 사람인데 전생에 노화상(魯和尙)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하루는 노화상에게, 자신이 죽거든 대밭 언덕 아랫집으로 찾아오라고 하였다. 그 집에 아기가 태어나자 노화상이 찾아가서 보았더니 아이가 한번 웃음을 지어 보였으며, 세살 때 노화상을 따라가겠다고 하여 출가하였다. 태어날 때부터 인물이 남달랐고 온 대중 가운데 있으면 그려놓은 듯 우뚝하고 훤칠하였다.

 스님은 늘 독설[怒罵]로 불사를 지었다. 당시 사마온공(司馬溫公 : 光)이 등용되었는데, 불법이 너무 성하다 하여 이를 억제하려 하자 스님이 이렇게 말하였다.

 "상공(相公)은 총명하여 사람 중에 영걸이오. 불법 인연으로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겠소. 그런데도 하루아침에 부처님의 부촉을 저버린단 말이오?"

 그러자 공은 마음을 돌렸다.

 또 이백시(李伯時)는 말 그림으로 잘 그려 한간(韓幹 : 당 현종 때의 화가)에 뒤지지 않게 그림값을 받았는데 스님은 그를 꾸짖었다.

 "그대는 사대부로서 그림으로 이름이 났는데, 하물며 말 그림을 그린단 말인가? 사람들에게 묘를 얻었다고 자랑하며 봐 주기를 기대하겠지만, 묘하게도 그대는 말 뱃속에 들어갈 것이다."

 이백시는 이에 다시는 붓을 들지 않았다.

 또 황정견(黃庭堅 : 노직)은 저속한 시를 즐겨 짓고 사람들은 다투어 그것을 전하니, 스님이 이렇게 말하였다.

 "묘한 문장을 내게도 좀 끌러 놓으시죠."

 그러자 황노직이 웃으며 말하기를, "나도 말 뱃속으로 집어넣을 참입니까?" 하자 스님이 말하였다.

 "그대는 저속한 말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음란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어찌 말 뱃속에 그치랴. 틀림없이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어록(語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