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인천보감人天寶鑑

82. 밤낮으로 참구하다 / 영원 유청(靈源惟淸)선사

쪽빛마루 2015. 7. 20. 10:23

82. 밤낮으로 참구하다 / 영원 유청(靈源惟淸)선사


영원유청(靈源惟淸 : ?~1115, 임제종 황룡파)선사는 남주(南州) 무녕(武寧) 사람으로 맑은 용모를 가진 분이었다. 학문을 좋아하여 지칠줄을 모르니, 태사(太史) 황정견(黃庭堅)은 "유청스님이 학문을 좋아함은 마치 기갈든 사람이 음식을 찾듯 한다"라고 하였다.

 선사는 회당(晦堂祖心)선사에게 귀의하여 밤낮으로 참구하느라 자고 먹는 것도 잊을 지경이었다. 한번은 회당스님이 손님과 이야기하는 차에 모시고 서 있었다. 손님 간 지가 한참 되었는데도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으니 회당선사가 "유청스님은 죽었는가?"라고 하자 이에 느낀 바가 있었다.

 유청선사가 불감혜근(佛鑑慧懃 : 1059~1117) 선사에게 편지를 보내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두 군데 주지로 있으면서 늘상 동산(東山, 五祖法演) 사형의 편지를 받았는데 이제껏 세속 일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그저 간절히 부탁하는 일은 자기 몸을 잊고 우리 불도를 널리 펴라는 것 뿐이었습니다.

 제가 황룡산(黃龍山)에 도착했을 때 받은 편지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금년에는 날이 가물어 제방 농장에서 손해를 입었지만 나는 이 일을 조금도 근심하지 않는다. 오직 근심스러운 것은 선가에 안목있는 이가 없는 일이다. 이번 하안거에 백여명이 선방에 들어와 조주스님의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는 화두를 들고 있는데, 한 사람도 깨친 자가 없으니 이것이야 말로 걱정거리다.'

 이것은 참으로 지극한 말씀입니다. 절 살림살이가 갖춰지지 않은 것을 근심하고 관리들에게 밉보여 추궁당할까봐 겁을 내며, 명성이 올라가지 않을까, 문도대중이 많지 않을까를 걱정하는 사람들과는 실로 거리가 먼 분입니다." 「정강필어등(汀江筆語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