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천태의 도가 사명(四明)존자 때문에 망할 것이다 / 무외 구(無畏久)법사
무외 구(無畏法久 : ?~1163)법사는 여조(餘姚)사람이다. 혜각 옥(慧覺玉)스님에게 귀의하여 종지를 얻고 훗날 두루 선법회를 찾아다니며 공부하였다. 언젠가는 경산(徑山) 불일(佛日 ; 大慧)선사의 방장실에 간 적이 있었다. 불일선사는 밤에 앉을 때면 반드시 법사를 불러 천태(天台)의 이론과 능엄경(楞嚴經)의 요지를 설하라고 명하고는 깊이 대우를 하였다.
세상에 나가 청수사(淸修寺)에 주지하니 학인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법사는 후생들이 독방을 쓰면서 멋대로 할까봐 근심하여 방을 헐어 대중방을 만들었다. 또한 깨끗한 책상과 밝은 창문 · 이불 · 선판(禪板) 등이 물을 뿌린 듯 깨끗하여 옛 총림의 풍모가 있었다. 법사는 강론하던 차에 학인이 글귀에 집착하여 틀린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는 탄식하며 말하였다.
"천태의 도는 사명(四明知禮 : 960~1028)존자에 의해서 흥했으나 또한 사명존자 때문에 망할 것이다. 성인이 다시 나오지 않고는 누가 이것을 지켜줄 수 있단 말인가!"
이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법사가 진실을 아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법사는 타고난 성품이 지혜롭고 예리하였으며 물 흐르듯한 논변과 위엄있는 행동으로 사람들과 거슬리는 일이 없었다. 평생을 사귀어 온 사람도 법사에게서 기쁜 얼굴이나 노여워하는 얼굴을 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법사는 낮에는 7경(七經)을 공부하고 밤이면 좌선하는 것을 일상으로 삼았으며, 무외암(無畏庵)을 짓고 노년을 거기서 보냈다. 「탑명(塔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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