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칙
금우의 춤[金牛作舞]
수시 |
막야(鏌鎁) 보검을 종횡으로 어루만지니 칼날 앞에 언어 갈등의 소굴이 끊어지고, 밝은 거울을 높이 거니 언구 속에 비로인(毘盧印)이 나온다.
평온하고 정밀한 경지에서 옷 입고 밥 먹으니, 신통력 부리는 곳에 무엇 하러 머물랴. 분명히 알았느냐? 아래의 글을 보아라.
본칙 |
금우(金牛) 스님은 언제나 점심 때[齋]가 되면 몸소 밥통을 가지고 승당 앞에서 춤을 추면서 껄껄대며 말하였다.
“보살아! 밥 먹어라.”
-낚싯대 끝의 실이 그대가 움직이는 대로 흔들흔들거리지만, 맑은 물결 어지럽히지 않으니 그뜻이 남다르다. 제호와 독약을 동시에 활용한다. 옳기는 옳다. 모든 보배가 일시에 나열되었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적은 것을 어찌 하랴.
설두스님은 말하였다.
“그렇긴 하지만 금우스님은 마음씨가 좋지는 않다.”
-도적이 도적을 알고 망상꾸러기가 망상꾸러기를 아는구나. 찾아와 시비하는 놈이 정말 시비하는 놈이다.
어떤 스님이 장경(長慶) 스님에게 물었다.
“옛사람이 ‘보살아! 밥 먹어라’고 한 뜻이 무엇입니까?”
-참으로 의심스럽네. 원래 귀결처를 몰랐구나. 장경스님이 무어라고 말할까?
“재(齋)로 인하여 축하하고 찬양하는 것과 똑같다.”
-분위기에 걸맞게 장단을 맞추네. 죄상에 의거하여 판결을 한다.
평창 |
금우스님은 마조스님 회하의 큰스님이시다. 점심 때가 되기만 하면 밥통을 들고 승당 앞에서 춤을 추면서 껄껄대며 웃고 말하였다.
“보살아! 밥 먹어라.”
이같이 줄곧 20년 동안 하였는데, 말해 보라. 그의 뜻은 어디에 있었는가를. 이를 단순히 ‘밥 먹어라’라는 뜻으로 생각한다면 평소에 목어(木魚)를 두드리고 북을 두드리는 것도 또한 밥 때를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밥통을 들고 와서 숱한 재주를 피우는 것일까? 이는 그가 미친 게 아닐까? 아니면 법문을 하는 것인가? 만일 이를 법문을 하는 것이라 한다면 왜 보화왕좌(寶華王座 : 설법상) 위에서 선상을 두드리고 불자를 세우지 않았을까? 이처럼 해서 무엇 하려는 것이었을까? 요즈음 사람들은 옛사람의 뜻이 말 밖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왜 그들은 달마조사가 처음 붙인 제목이 무엇이었는가를 살펴보지 않을까?
분명히 말씀하시기를 “교(敎) 밖에 따로이 전하여 오직 심인(心印)만을 전한다”고 하였다. 옛사람의 방편이란 그대들에게 대뜸 알도록 하였는데, 후세 사람들은 헛되이 스스로 헤아리면서 “거기에 뭐 대수로운 일이야 있었겠나. 추우면 불 쪼이고, 더우면 시원한 바람 쏘이며,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잔다”고 말들을 한다.
이와 같은 상정(常情)으로 뜻 풀이를 하고 주석을 붙이면[義解詮註] 달마의 일종(一宗)은 땅을 쓸어버린 듯 없어질 것이다. 이는 옛사람이 하루종일 끊임없이 잊지 않고 이 일을 밝히려 했다는 점을 모른 것이다.
설두스님이 한 “그렇기는 하지만 금우스님은 마음씨가 좋지 않다”는 한 구절을 많은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다. 이른바 으뜸가는 제호의 맛이란 세상에서 최고인데 이런 사람을 만나면 도리어 독약이 되는 경우이다.
금우스님은 한 수준을 낮추어서 사람을 지도하였는데, 설두스님은 무엇 때문에 “마음씨가 좋지 않다”고 말하였을까? 무엇 때문에 이처럼 말하였을까? 납승이라면 반드시 쌩쌩한 정신[生機]이 있어야 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 사람은 옛사람의 경지에 이르지도 못하고서 오로지 “무슨 마음을 보며, 무슨 부처를 보랴”고 말들을 한다. 이런 견해를 지닌다면 금우 노작가를 헐뜯는 일이니, 반드시 자세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입으로만 지껄인다면 깨칠 기약이 없을 것이다.
그뒤 장경스님이 상당 법문을 하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은 ‘보살아! 밥 먹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재(齋)로 인하여 축하하고 찬양하는 것과 똑같구나.”
존숙께서 너무도 자비로움이 많아 적잖은 허물을 지었다. (대답이) 옳기는 옳지만 “재로 인하여 축하하고 찬양했다”하니, 그대들은 말해 보라, 축하하고 찬양했던 것이 무엇인가를. 설두스님의 송을 살펴보라.
송 |
-웃음 속에 칼이 있다. 열을 내서는 안 되지, 천하의 납승들이 귀결점을 모르는구나.
두 손으로 가져다가 그대에게 전해준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금우스님을 비방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밥통이라 말해서야 되겠느냐. 본분 납승이라면 이런 밥은 먹지 않겠지.
황금빛 사자 새끼라면
-반드시 격식을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가 안목을 갖추었다고는 인정하지만 안목이 바르지 못할까 걱정이다.
3천 리 밖에도 어려운 곳을 알아차리리라.
-반푼 어치도 안 된다. 한바탕 실수로군. 어려운 곳이 어디에 있느냐? 이 장님아!
평창 |
“흰 구름 그림자 속에서 껄껄거림이여”라고 하니, 장경스님은 “재로 인하여 축하하고 찬양한다” 말하였고, 설두스님은 “두 손으로 가져다가 그대에게 전해준다”고 하였는데, 말해 보라, 이는 그에게 밥을 먹으라고 가져다 준 것일까, (아니면) 따로이 기특한 것이 있을까?
이를 분명히 안다면 황금빛 사자의 새끼일 것이며, 황금빛 사자 새끼라면 다시는 금우스님이 밥통을 가지고 춤추며 껄껄댈 필요가 없을 것이며, 곧바로 3천 리 밖에서 그의 잘못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옛사람의 말에 거울은 기틀 (언어) 이전에 있어서 약간의 조작도 필요치 않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납승이라면 평소에 격식 밖에서 활용해야 비로소 본분종사라고 불리울 것이며, 언어에 의거한다면 허물을 면치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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