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원오심요圜悟心要

원오심요 下 35. 본선인(本禪人)에게 주는 글

쪽빛마루 2016. 3. 12. 20:24

35. 본선인(本禪人)에게 주는 글

 

 “항상 홀로 다니고 항상 홀로 걷나니, 통달한 사람과 함께 열반의 길에 노닐도다”한 이 말은 바로 “만법과 짝하지 않는다”한 말의 대의(大意)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하물며 자기에게 본래 있는 발 밑에 범부와 성인을 길러내고 10허(十虛)를 머금었다 토해내는 경우이겠는가. 어느 법도 그 힘을 받지 않음이 없으며, 어느 일도 그로부터 나오지 않음이 없으니, 어찌 외물이 있어 장애가 되겠는가.

 다만 자신의 믿음이 미치지 못하여 흔들릴까가 걱정일 뿐이다. 만약 환하게 밝혀 투철히 벗어나면 결코 한 마음도 나지 않는데 어느 곳에 다시 허다함이 있으랴. 그 때문에 말하기를, “신령한 광채가 홀로 빛나면서 6근 · 6진을 아득히 벗어났다”고 하였던 것이다.

 요컨대 본래부터 자기에게 갖추어진, 살아 있는 높고 오묘한 자체를 당장에 알아차려야만 한다. 그러고 나면 언제 어디에서나 그것과 마주쳐 원융히 받아들이지 않음이 없다. 밥 먹고 옷 입는 모든 행동거지와 세간이니 출세간이니 하는 것이 모두 밖에서 얻는 것이 아니다. 이를 통달하고 나면 다만 평상을 지킬 뿐 모든 견해를 내지 않으니, 무슨 “한 입에 서강의 물을 다 마신다”느니 하는 말을 하랴. 설사 백천의 부처님과 한량 없는 조사가 이루 셀 수 없는 괴이한 신통변화를 나타낸다 해도 한 수를 쓸 필요도 없다. 이처럼 믿고 보아 사무친다면 어찌 행각하는 일 결판냈다 하지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