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이연도인(怡然道人)께 드리는 글
지난날 해주신 훌륭한 소참법문을 듣고 이 도를 가슴 깊이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이근상지(利根上智)인 도인께서는 확연히 스스로 알아차려 지극히 청정한 본원을 가지고 영롱하게 비추신 바입니다. 투철하게 깨달아 문 밖을 나가지 않고서도 벌써 제방을 모두 경험해버렸습니다. 그런데도 천박하고 고루한 저를 인정하여 살피시고 더욱 격려해 주셔서, 이미 같은 가풍으로 그윽히 계합하여 스스로 외롭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일에 있어서 빠짐없이 늘어놓으신 한 구절 · 한 마디 · 한 기틀 · 한 경계가 모두 견줄 수 없는 깊은 이치였습니다. 심성의 현묘함도 아니고 어묵에 빠짐도 아니고 설명이나 주장도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성색을 덮어 누르고 보신 · 화신 부처님의 머리를 눌러 앉아 시비득실에 떨어지지 않고, 근원을 꿰뚫은 청정하고 바른 안목이었습니다. 비록 사념이 적멸하긴 하나, 밝은 지혜로 속박을 벗어나 초연히 정수리 위의 하나를 홀로 증득하니, 이 때에 어찌 가는 털끝 만큼의 도리인들 있겠습니까. 공겁(空劫) 이전이나 위음왕불 이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이르러선 모든 하늘이 꽃을 바칠 길이 없고 외도가 가만히 엿볼 수가 없습니다. 씻은 듯이 말숙히 깨끗하니 이것이 바로 본지풍광이며 본래면목입니다. 그야말로 부처님도 볼 수 없어서 이른바 향상의 한 길은 모든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 하는 것입니다.
오로지 이 가운데의 사람이어야 한 번 들어보여도 단박에 낙처를 아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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