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칙
수산의 신부[首山新婦]
시중 |
대중에게 보이시다.
타타(吒吒)하고 사사(沙沙)하며, 박박(剝剝)하고 낙락(落落)하며, 도도(刀刀)하고 궐궐(蹶蹶)하며, 만만(漫漫)하고 간간(汗汗)해서 물어뜯을 수도 없고 접근하기도 어렵다. 일러보라, 이 무슨 이야기인고?
본칙 |
드노라.
어떤 승이 수산(首山)에게 묻되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하니,
-퍽이나 신선하구나.
수산이 대답하되 "신부가 나귀를 탔는데 시어머니[阿家]가 끄느니라" 하였다.
-이게 무슨 도리인고?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여주(汝州) 보응(寶應)의 성념(省念)선사는 채주(蔡州) 사람으로, 성은 적(狄)씨였다. 풍혈(風穴)에게 참문했더니, 풍혈이 이르되 "옛날에 세존께서 푸른 연꽃 같은 눈매로 가섭을 돌아보셨다. 그때에 어떤 도리를 말씀하셨을까?" 하니, 수산은 문득 물러가버렸다.
시자가 주실에 들어가 여쭙되 "염법화(念法華, 수산)가 어찌하여 화상에게 응답을 않았겠습니까?" 하니, 풍혈이 이르되 "염법화가 알았느니라" 하였다. 다음날 수산이 진원두(眞園頭 : 汝州 廣慧院 眞先師)와 함께 올라가서 뫼시고 섰는데, 풍혈이 이르되 "어떤 것이 세존께서 말씀하시지 않은 말씀이던고?" 하니, 진원두가 대답하되 "비둘기가 나무 끝에서 우는 뜻은 곡식밭에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였다. 풍혈이 이르되 "그대는 그렇게 많은 어리석은 복만 지어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어찌하여 말씀의 참뜻을 체득하지 않는가?" 하고는, 이어 수산에게 묻되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고?" 하였다. 수산이 대답하되 "옛길을 양양하게 걷는 이는 서글픈 감상에 빠지지 않습니다" 하였다. 이에 풍혈이 진원두에게 이르되 "그대는 어찌하여 염법화의 대답을 귀담아 듣지 않는고?" 하였다.
수산이 나중에 출세(出世)해서 상당(上堂)하여 이르되 "정확히 알자면 물음을 가지고 나서지 말라. 물음은 대답에 있고 대답은 물음에 있다. 만일 물음을 가지고 온다면 노승은 그대들의 발밑에 있게 될 것이요, 그대들이 망설여 헤아린다면 끝내 어찌해볼 길이 없을 것이다" 하였다.
어느날 죽비(竹篦)를 들고 이르되 "그대들이 이것을 죽비라 부르면 집착함[觸]이 될 것이요, 죽비라고 부르지 않으면 등짐[背]이 될 것이다. 그대들은 무엇이라 부르겠는가?" 하니, 섭현(葉縣)의 귀성(歸省)화상이 빼앗아서 두 토막으로 꺾어 섬돌 밑으로 던져버리고는 이르되 "이것이 무엇인고?" 하였다. 수산이 이르되 "할(瞎, 눈이 멀었구나!)" 하니, 섭현이 문득 절을 하였는데, 제방에서는 이 일을 일러 "등지느냐, 집착하느냐의 관문[背觸關]이라" 한다.
속담에 "뒤바뀜이여, 뒤바뀜이여, 신부가 나귀를 탔는데 시어머니가 끄는구나" 하였는데, 불국(佛國)이 이를 송하되 "수산의 말씀이 고금에 전하는데 / 이 말씀이 뒤바뀜을 뒤집었다고 말하지 말라 / 신부가 취한 채 나귀를 탔는데 / 사람들은 신랑이 끈다고 웃음을 못 견디네" 하였거니와, 천동이 재미나게 송한 것만은 못하니 그의 송을 보라.
송고 |
신부가 나귀를 탔는데 시어머니가 끄는 모습이여,
-초목같이 흔해서 들추어낼 필요조차 없다.
몸매가 멋스러워 어색하지 않도다.
-본으로도 떠낼 수 없고 그림으로도 그려낼 수 없구나.
우습구나, 이웃 아낙네가 찡그리는 흉내를 내다가
-공교로움을 자랑하다가 도리어 둔하게 되었구나.
사람들 앞에서 추태만 더할 뿐이 예뻐지지는 않았다.
-곁에서 보는 사람에게 웃음을 사는구나.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원통 수(圓通秀)선사의 철벽송(鐵壁頌)에 이르되 "하루에 세 차례씩 머리를 감아 무엇하랴 / 뿌리를 뽑아버리면 그만인 것을 / 대체로 피부와 골격이 남보다 예쁜 이는 / 연지곤지 안 발라도 그대로 멋쟁이[風流]니라" 하였는데, 수산이 대답한 말씀은 꾸밈새가 없는 것이 마치 자연 그대로의 새아씨의 몸매가 예쁜 것 같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시(西施)가 속이 아파서 배를 움켜쥐고 찡그렸더니 그 아름다움이 더했는데 추녀들이 그를 본받아 찡그리니 못난 꼴만 더했다는 일이 있다. 이는 보고 듣은 학문에만 힘쓰고 묘한 깨달음을 구하는 데는 힘쓰지 않은 자가 애써서 멋지기를 바라지만 사지(四肢)와 팔맥(八脉)을 곁에서 보는 이는 긍정치 않으리라고 꾸짖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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