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선림보전禪林寶典

제2편 돈황본단경 편역(編譯) 4. 신수(神秀)

쪽빛마루 2016. 6. 10. 10:58

4. 신수(神秀)

 

 상좌인 신수는 생각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는 것은 내가 교수사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으면 오조스님께서 나의 마음 속의 견해가 얕고 깊음을 어찌 아시리오. 내가 마음의 게송을 오조스님께 올려 뜻을 밝혀서 법을 구함은 옳거니와, 조사의 지위를 넘봄은 옳지 않다. 도리어 범인의 마음으로 성인의 지위를 빼앗음과 같다. 그러나 만약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으면 마침내 법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아무리 생각하여도 참으로 어렵고 어려우며 참으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로다. 밤이 삼경에 이르면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 남쪽 복도의 중간 벽 위에 마음의 게송을 지어서 써 놓고 법을 구해야겠다. 만약 오조스님께서 게송을 보시고 이 게송이 당치 않다고 나를 찾으시면 나의 전생 업장이 두터워서 합당히 법을 얻지 못함이니, 성인의 뜻은 알기 어려우므로 내 마음을 스스로 쉬리라.'

 

上座神秀思惟하되 諸人이 不呈心偈는 緣我爲敎授師니 我若不呈心偈면 五祖如何得見我心中의 見解深淺이리오 我將心偈하야 上五祖呈意하야 求法은 卽善(卽善求法)이어니와 覓祖는 不善하니 却同凡心의 奪其聖位요 若不呈心하면 終(修)不得法이라 良久思惟하되 甚難甚難하며 甚難甚難이로다 夜至三更에 不令人見하고 遂向南廊下中間(問)壁上하야 題作呈心偈하야 欲求於法하리라 若五祖見偈하고 言此偈語[不堪]이라하야 若訪覓我하면 我宿業障重하야 不合得法이니 聖意難測하야 我心自息이로다

 

 신수상좌가 밤중에 촛불을 들고 남쪽 복도의 중간 벽 위에 게송을 지어 써놓았으나 사람들이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몸은 보리의 나무요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나니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과 먼지 묻지 않게 하라.

 

秀上座 三更 於南廊下中間壁上에 秉燭題作偈하니 人盡不知(和)러라 偈曰

 

身是菩提樹요 心如明鏡臺니

時時勸拂(佛)拭하야 莫使有塵埃어다.

 

 신수상좌가 이 게송을 다 써 놓고 방에 돌아와 누웠으나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오조스님께서 아침에 노공봉을 불러 남쪽 복도에 '능가변상'을 그리게 하려 하시다가, 문득 이 게송을 보셨다. 다 읽고 나서 공봉에게 말씀하셨다.

 "홍인이 공봉에게 돈 삼만냥을 주어 멀리서 온 것을 깊이 위로하니, 변상을 그리지 않으리라. 「금강경」에 말씀하기를 무릇 모양이 있는 모든 것은 다 허망하다 하셨으니, 이 게송을 그대로 두어서 미혹한 사람들로 하여금 외우게 하여, 이를 의지하여 행을 닦아서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법을 의지하여 행을 닦으면 사람들에게 큰 이익이 있을 것이니라."

 이윽고 홍인대사께서 문인들을 다 불러오게 하여 게송 앞에 향을 사루게 하시니, 사람들이 들어와 보고 모두 공경하는 마음을 내므로 오조스님이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이 게송을 외라. 외는 자는 바야흐로 자성을 볼 것이며, 이를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 않으리라."

 문인들이 다들 외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훌륭하다!'고 말하였다.

 

神秀上座題此偈畢하고 歸房臥하니 並無人見이라 五祖平旦에 遂喚(換)盧供奉來하야 南廊下에 畫楞伽變케하다가 五祖忽見此偈하야 讀訖(讀記)하고 乃謂供奉曰 弘忍이 與供奉錢三十千하야 深勞遠來하노니 不畫變相也리라 金剛經에 云 凡所有相이 皆是虛妄이라하니 不如留(流)此偈하야 令迷人誦하야 依此修行하야 不墮三惡이니 依法修行하면 人有大利益이로다 大師遂喚門人盡來하야 焚香偈前케하니 人衆이 入(人)見하고 皆生敬心이어늘 [五祖曰] 如等이 盡誦此偈者는 方得見性(姓)이니 依(於)此修行하면 卽不墮落이니라 門人盡誦하고 皆生敬心하야 喚言善哉러라

 

 오조스님이 신수상좌를 거처로 불러서 물으시되,

 "네가 이 게송을 지은 것이냐? 만약 네가 지은 것이라면 마땅히 나의 법을 얻으리라." 하셨다.

 신수상좌가 말하기를,

 "부끄럽습니다. 실은 제가 지었읍니다만 감히 조사의 자리를 구함이 아니오니, 원하옵건대 스님께서는 자비로써 보아 주옵소서. 제자가 작은 지혜라도 있어서 큰 뜻을 알았읍니까?" 하였다.

 오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네가 지은 이 게송은 소견은 당도하였으나 다만 문 앞에 이르렀을 뿐 아직 문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였다. 범부들이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견해를 가지고 위 없는 보리를 찾는다면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모름지기 문 안으로 들어와야만 자기의본성을 보느니라. 너는 우선 돌아가 며칠 동안 더 생각하여 다시 한 게송을 지어서 나에게 와 보여라. 만약 문안에 들어와서 자성을 보았다면 마땅히 가사와 법을 너에게 부촉 하리라."하셨다.

 신수상좌는 돌아가 며칠을 지났으나 게송을 짓지 못하였다.

 

五祖(褐)遂喚秀上座於堂內하고 問(門)是汝作偈否아 若是汝作이면 應得我法하리라 秀上座言하되 罪過니다 實是神秀作이나 不敢求祖니 願和尙은 慈悲로 看하소서 弟子有小智惠하야 識大意否아 五祖(褐)曰 汝作此偈에 見卽來到나 只到門前이요 尙未得入이니 凡夫依(於)此偈修行하면 卽不墮落이로되 作此見解하야 若覓無上菩提하면 卽未可得이라 須入得門하야 見自本性(姓)이니 汝且去하야 一兩日來思惟하야 更作一偈하야 來呈吾하라 若入得門하야 見自本性(姓)하면 當付汝衣法하리라 秀上座去하야 數日作不得하니라.

○ '이 게송을 외는 이는 바야흐로 자성을 본다.[誦此偈者는 方得見性이니라]'고 함은 오조(五祖)가 대중을 유인하기 위하여 방편으로 하신 말씀이다.